무대 위에서 아재와 삼촌이 맞붙는다. 안토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두고 국립극단과 LG아트센터가 나란히 신작을 선보인다. 원작은 같지만, 색채는 다르다. 제목부터 서로 다른 시선을 드러낸다.
10일 연극계에 따르면 국립극단과 LG아트센터는 오는 5월 각각 '반야 아재'와 '바냐 삼촌'을 무대에 올린다.
두 작품 모두 1000석이 넘는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대작 맞대결'이다. 공연 일정도 일부 겹친다. '반야 아재'는 5월 22일부터 31일까지, '바냐 삼촌'은 5월 7일부터 31일까지 이어진다. 관객은 같은 달, 같은 듯 다른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반야 아재'에서는 박이보(바냐) 역에 조성하가, 서은희(쏘냐) 역에 심은경이 나선다. '바냐 삼촌'의 경우 바냐 역은 이서진이, 소냐 역은 고아성이 맡는다.
같은 캐릭터를 두고 아재와 삼촌으로 호칭이 갈렸다. 특히 '아재'를 내세운 시도는 이례적이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소극장이나 대학 졸업극까지 범위를 넓히면 사례가 있을 수는 있지만, 본격적인 무대에서 '아재'로 제목을 내건 경우는 사실상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 연출이 바냐를 보고 떠올린 얼굴은 다른 듯 닮았다. '반야 아재'의 연출 조광화는 자기 자신을, '바냐 삼촌'을 이끄는 손상규는 아버지 모습을 봤다. 조광화 연출은 1965년생, 손상규 연출은 1977년생으로, 시선에 미묘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광화 연출은 젊은시절 비장하고 숭고한 사상을 담은 작품을 선호했다. 어수룩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이른바 보통 인간을 그려내는 체호프의 작품이 싫었다고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시선이 달라졌다. '바냐'를 통해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아저씨'들이 떠올랐고, 체호프가 그린 일상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체호프가 마음에 와닿았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허술한 '아재' 역시 한때는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
'아재'는 곧 '나'이자 '우리', 나아가 '가족'이자 '사회를 지탱한 동력'이라고 느꼈다. 이같은 시선에서 출발해 관객이 장벽 없이 공감하고 위로를 느끼도록 '아재'란 호칭을 전면에 내세웠다. 원작의 정서를 한국적으로 옮겨왔다.
'바냐 삼촌'의 손상규 연출은 툴툴거리면서도 묵묵히 책임을 다하다 끝내 분노를 터뜨리는 바냐의 모습에서 자신의 아버지 모습이 겹쳤다. 예능에서 투덜대면서도 맡은 역할을 끝까지 해내는 이서진의 이미지가 바냐 역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배경이다.
손 연출은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아버지는 늦게까지 일하다 은퇴하셨다. 집안을 책임져야 했기에 '나는 여행 한 번 못가봤다'고 말씀하시곤 했다"며 "그런 삶을 누가 함부로 평가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바냐 삼촌'은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한 데 대해 후회하고 또 망신을 겪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이 잘못 살았다고 누가 감히 얘기할 수 있겠냐"고 덧붙였다. 손 연출은 나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듯, 사람 역시 최소한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관대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손 연출은 삼촌 바냐와 조카 소냐의 관계에 주목하고, 제목을 '아저씨'가 아닌 '삼촌'으로 정했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원문이 '엉클(Uncle) 바냐'인 만큼 특정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작 자체가 삼촌 바냐와 조카 소냐의 관계가 주요 줄거리인 만큼, 손 연출 역시 삼촌과 조카의 관계에 집중했다"며 "보편성에 주목하면서도, 현대적인 또 미니멀리즘한 미장센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록과 참신함의 대결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조광화는 뮤지컬과 연극을 넘나든 관록의 연출로 꼽힌다. 대형작품을 꾸준히 이끌어온 경험이 '반야 아재'에 반영될 것이란 기대다. 반면 손상규는 2024년 연극 '타인의 삶'으로 데뷔한 신예 연출이다. 이번 '바냐 삼촌'이 첫 대극장 작품이다. 비교적 자유로운 시선과 참신한 해석으로 원작에 새로운 결을 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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