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산업은 더 이상 성장의 언어로 설명되기 어렵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들어섰고, 금리와 규제 중심의 경쟁은 금융사를 점점 더 좁은 공간으로 밀어넣고 있다. 인구 감소와 가계부채 관리 기조까지 겹치며 은행의 전통적인 수익 모델은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했다. 이제 한국 금융은 확장이 아니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은행의 우즈베키스탄 진출은 단순한 해외 사업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진옥동 회장 2기 체제에서 나온 첫 글로벌 승부수이자 금융의 무대가 이미 국경 밖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현지 법인 설립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그 무게는 가볍지 않다.
국내 금융시장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시장 자체는 정체돼 있다. 누군가의 성장은 다른 누군가의 축소를 의미하는 제로섬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 환경에서 금융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명확하다. 내부에서 점유율을 나누거나 외부로 나가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이다. 신한의 선택은 분명히 후자다.
우즈베키스탄은 아직 완성된 금융시장이 아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기회다. 약 3700만명의 인구와 20대 후반의 젊은 연령 구조, 산업 중심 경제로의 전환 과정은 금융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출과 외환 거래가 동시에 확대되는 초기 확장 국면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미 경쟁이 과열된 시장이 아니라 금융 생태계 자체가 형성되는 단계인 것이다.
신한은행이 이 시장을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중앙아시아 전략, 현지 사무소 운영, 인력 파견, 금융당국과 협의까지 수년간 축적된 준비의 결과다. 여기에 카자흐스탄에서 검증된 사업 모델을 접목해 기업금융에서 소매금융으로 확장하는 단계적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신한카드와의 동반 진출을 통한 오토금융 공략까지 포함하면 단순 진입이 아니라 시장 선점을 노린 구조적 접근에 가깝다.
중요한 것은 이 움직임의 성격이다. 이는 선택적 확장이 아니라 필수적 생존 전략이다. 국내에서의 성장은 이미 한계가 분명해졌고 해외에서의 성과가 곧 금융사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글로벌 사업에서 이익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성장의 중심축도 점점 바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융은 더 이상 국경 안에서 완결되는 산업이 아니다. 기업의 해외 진출, 산업 협력, 인프라 투자와 맞물리며 국가 간 경제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해외 시장을 선점한 금융사는 새로운 성장 경로를 확보하지만 그렇지 못한 금융사는 점점 축소되는 내수 시장에 갇힐 수밖에 없다.
중앙아시아는 아직 초기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존재한다. 그러나 초기 시장의 기회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먼저 진입해 구조를 만드는 자가 시장을 가져간다. 진옥동 회장의 우즈베크행은 바로 그 타이밍을 겨냥한 결정이다.
금융의 전장은 이미 바뀌었다. 그리고 그 전장은 더 이상 한국 안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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