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잘나가는 곳만 지갑 열었다… 식품업계 R&D 투자도 '양극화'

  • 실적·해외성과 따라 갈린 R&D 투자

  • 내수 기업 줄이고, 해외 강자 늘렸다

베트남 현지 마트에 오리온 초코파이가 진열돼 있다 사진오리온
베트남 현지 마트에 오리온 초코파이가 진열돼 있다. [사진=오리온]


국내 식품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가 뚜렷한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적 악화와 원가 부담에 직면한 기업들의 경우 비용 절감을 위해 연구개발비를 줄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고물가·원재료비 인상·소비 침체라는 삼중고 속에서 신제품 개발에 자원을 쏟기보다 검증된 제품 위주의 보수적 경영을 택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며 기초 체력을 확보한 기업들은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며 격차를 벌리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등을 분석한 결과, 국내 주요 식품사들의 R&D 투자 규모가 실적과 해외 매출 비중에 따라 크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맏형인 CJ제일제당의 지난해 R&D 비용은 1945억원으로 전년 2111억원보다 166억원(7.8%) 줄였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이 5%대에서 4%대로 떨어지며 수익성 방어가 시급해지자 R&D 예산마저 비용 효율화의 영향권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칠성음료·오뚜기·농심도 투자 규모를 줄이며 보수적 흐름에 합류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연구개발비는 296억원에서 268억원으로 9.5%, 오뚜기는 204억원에서 193억원으로 5.4%, 농심은 295억원에서 283억원으로 4.1% 각각 감소했다.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거나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이 더딘 기업들을 중심으로 R&D 투자가 위축된 것이다.


반면 해외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들은 R&D를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삼아 투자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 대상과 삼양식품이 대표적이다. 대상은 연구개발비를 2024년 465억원에서 2025년 569억원으로 22.4%(104억원) 늘려 주요 식품사 가운데 금액 기준으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비율도 1.09%에서 1.29%로 높아지며 업계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 소재·바이오 중심의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이 R&D 투자 확대로 이어진 결과다.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넘어서며 역대급 실적을 쓰고 있는 삼양식품의 행보도 두드러진다. 삼양식품은 연구개발비를 78억원에서 127억원으로 62.8% 늘렸다. 20%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발판으로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자금을 집중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60%를 웃도는 오리온도 57억원에서 61억원으로 7.0% 늘리며 안정적인 투자 흐름을 유지했다.

식품업계의 전반적인 R&D 투자 위축으로 신제품 전략도 도전보다는 안정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신제품 출시보다는 시장 검증을 마친 과거의 흥행 제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내놓는 재출시 전략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1975년 출시했던 ‘농심라면’을 복원, 3개월 만에 1000만 봉을 판매하며 레트로 열풍을 주도했고, 롯데웰푸드도 ‘대롱대롱’ 등 단종된 추억의 제품들을 다시 시장에 올리며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효율적 경영을 위해 검증된 자산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다만 이런 보수적 기조가 장기화되면 신기술 확보를 위한 원천 투자가 줄어들고, 결국 기업 간 제품 경쟁력 격차가 벌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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