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감동이나 명성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계약과 공시, 그리고 사실로 움직인다.
검찰이 최근 방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반려하고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이는 무혐의가 아니라, 현 단계에서 구속이라는 강제처분을 정당화할 만큼 범죄 소명과 필요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형사사법의 기본 원칙은 불구속 수사다. 특히 경제범죄는 대부분의 증거가 문서와 계약서, 회계자료, 내부 보고 체계로 남는다.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가능성이 명백하지 않다면 구속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더구나 방 의장은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업인이다. 국내외 활동이 공개돼 있고, 반복된 소환 조사에도 성실히 응해 왔다. 법 앞의 평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법 집행의 비례성과 합리성 또한 정의의 일부다. 구속은 처벌이 아니라 수사의 수단이다. 여론을 달래기 위한 상징적 구속은 법치가 아니라 감정의 정치에 가깝다. 우리는 죄를 다투어야지, 사람을 먼저 묶어두는 방식으로 정의를 말해서는 안 된다.
2026년은 특별한 해다. 군 복무를 마친 멤버들이 완전체로 복귀하며, 세계는 다시 BTS를 기다리고 있다. 팬덤 아미는 단순한 팬클럽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한 거대한 문화공동체다. 서울의 공연장은 물론이고, 멕시코, 베트남, 미국, 유럽, 중동,중남미까지 BTS 공연 유치 경쟁은 이미 외교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멕시코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BTS 공연 유치를 희망한다는 메시지가 거론된다. 이는 단순한 공연 요청이 아니다. 국가 이미지, 관광 수입, 청년 문화, 소비 진작을 동시에 가져오는 거대한 경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역시 청소년 세대의 문화적 열망과 국가 브랜드 전략 차원에서 BTS 공연을 요청하고 있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이 특정 그룹의 공연을 바란다는 사실은 문화가 곧 국력이라는 시대를 증명한다.
BTS의 월드투어는 공연 수익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항공, 호텔, 유통, 화장품, 패션, 식품, 플랫폼 산업 전체가 연쇄적으로 움직인다. 서울 공연 하나가 수천억 원의 경제효과를 만들어내고, 해외 투어는 그 규모를 더욱 확장시킨다. 공연장 주변 소비뿐 아니라 한국 브랜드의 글로벌 노출, 국가 이미지 상승, 관광 유입까지 하나의 거대한 경제 생태계를 형성한다.
여기에 K-푸드가 식탁을 열고, K-뷰티가 생활을 바꾸고, K-방산이 국가 신뢰를 만들고, K-반도체가 산업의 뼈대를 세운다면, BTS는 그 모든 K시리즈를 세계인의 감정 속에 연결하는 심장이다. 그리고 여기에 반드시 더해져야 할 것이 있다. 바로 K-드라마와 K-시네마다.
'오징어 게임(Squid Game)' 이 보여준 세계적 충격, '기생충(Parasite)'가 증명한 영화 산업의 위상은 이미 한국 문화산업이 단순한 수출 상품이 아니라 세계 문명의 흐름을 바꾸는 힘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K-드라마는 한국인의 정서와 서사를 세계인의 공감으로 바꾸었고, K-시네마는 인간과 계급, 가족과 욕망이라는 보편적 질문을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세계에 던졌다.K-팝이 리듬으로 세계를 흔들고, K-드라마가 이야기로 마음을 붙잡고, K-시네마가 사유로 시대를 관통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문화 수출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정신과 감수성을 세계에 심는 일이다. 문화는 총칼 없이 국경을 넘고, 언어를 넘어 기억 속에 남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프트파워다.
따라서 대통령의 글로벌 외교 역시 이제는 외교부와 산업부만의 일이 아니다. 정상회담의 테이블 위에 반도체와 방산만 올라가서는 부족하다. 그 곁에는 반드시 BTS를 비롯한 K-팝, K-드라마, K-시네마가 함께 올라가야 한다. 국가 정상 간의 외교는 계약서로 끝나지 않는다. 감정과 신뢰, 이미지와 호감이 함께 작동한다.
실제로 세계의 많은 정상들은 BTS를 알고,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영화를 이야기한다. 문화는 가장 먼저 마음의 문을 연다.
대통령의 순방에 문화가 동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업은 이해관계를 만들고, 문화는 우호를 만든다. 이해관계는 변할 수 있지만, 우호는 오래 남는다. 이제 외교는 탱크와 조약만의 시대가 아니다. 콘서트와 영화, 드라마와 음식이 함께 움직이는 총체적 국가 전략의 시대다.
특히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성장의 서사를 필요로 한다.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중동의 불안, 에너지 가격 급등 속에서 한국 경제는 다시 전략 산업과 문화 산업의 결합을 요구받고 있다. 제조업만으로는 부족하고, 문화만으로도 부족하다. 기술과 감성, 산업과 서사가 함께 가야 한다. 그 접점에 BTS와 K시리즈가 있다.
물론 국익을 이유로 법을 멈추자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더 위험하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 그러나 국익을 고려하지 않는 법 집행 역시 결코 현명하지 않다. 국가는 단지 처벌 기계가 아니다. 법의 목적은 공동체의 안정과 지속 가능성에 있다.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히 진실을 가릴 수 있다면, 굳이 국가적 자산을 스스로 훼손하는 방식으로 갈 필요가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리는 종종 정의와 국익을 서로 반대편에 놓는다. 그러나 진짜 국익은 정의를 버리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동시에 진짜 정의는 공동체 전체의 미래를 외면하지 않는다. 법의 엄정함과 국가 전략은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조화되어야 할 가치다.
공자는 군자에게 의(義)를 먼저 보라고 했고, 주역은 후덕재물(厚德載物)이라 했다.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싣고 이롭게 하는 것이 지도자의 길이라는 뜻이다. 도덕경은 대국자하류(大國者下流)라 했다. 큰 나라는 스스로를 낮추어 모든 물이 모이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정도 마찬가지다. 법을 세우되 나라를 살피고, 원칙을 지키되 미래를 보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방시혁 개인의 유무죄를 넘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국가의 자산을 지키고 어떤 방식으로 정의를 실현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BTS 완전체의 귀환은 단순한 컴백이 아니다. 그것은 K-팝의 귀환이자, K-드라마와 K-시네마, K-푸드와 K-방산까지 이어지는 K시리즈 전체가 다시 세계 중심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법정에서 죄는 끝까지 다투어야 한다. 그러나 구속이 반드시 정의는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강경함이 아니라, 냉정한 법리와 성숙한 국가 판단이다. 방시혁이라는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스스로의 미래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의 심판과 K시리즈의 완성. 그 갈림길에서 우리는 감정보다 원칙을, 원칙 속에서도 국익을 함께 보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진리이며, 정의이고,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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