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국 주요 격전지의 선거전도 거칠어지고 있다. 후보들은 거리로 나가 유권자들을 만나고, 각 당은 총력 지원 체제에 들어갔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열기가 뜨거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주의는 경쟁을 통해 작동하고, 선거는 그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드러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가 정책 경쟁보다 상대를 향한 비방과 의혹 제기에 지나치게 매몰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이 듣고 싶은 것은 지역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비전과 실행 계획인데, 선거판은 어느새 상대 후보의 약점을 파고드는 네거티브 공방으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서울과 부산 등 핵심 격전지에서는 정책 토론보다 감정 섞인 난타전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상대 후보를 겨냥한 각종 의혹과 논란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사생활 논란, 시정 책임론, 철근 누락 의혹 등 이슈가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시민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쟁은 점점 뒤로 밀리는 모습이다.
후보 개인의 공방을 넘어 중앙당 지도부까지 가세하면서 선거는 지역 현안을 다루는 지방선거라기보다 전국 단위의 정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여야 지도부는 상대 후보를 향해 “무능”, “무책임”, “도덕성 문제” 같은 강한 표현을 쏟아냈고, 각 캠프 역시 상대를 향한 비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피로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부산시장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개 토론회에서는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과 엘시티 시세차익 논란이 충돌했고, 후보들은 상대를 몰아세우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인천시장 선거 역시 가상자산 은닉 의혹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격화되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선거가 정책 대결보다 폭로전 양상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여기에 더해 이번 선거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자극적인 영상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과거에는 후보 간 공방이 주로 토론회나 공식 유세 현장에서 이뤄졌다면, 이제는 짧게 편집된 영상과 온라인 게시물이 실시간으로 퍼지며 여론을 흔들고 있다. 선거가 정책과 비전 경쟁이 아니라 조회수 경쟁으로 변질될 경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하는 유권자들이다.
물론 선거에서 검증은 필요하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과거 행적은 유권자의 선택에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의혹 제기 자체를 무조건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폭로와 반박만 반복된다면 선거는 미래 경쟁이 아니라 감정 소모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는 본래 지역 주민들의 삶과 가장 가까운 선거다. 교통과 주거, 복지와 교육, 도시 개발과 안전처럼 시민 일상과 직결된 문제를 다루는 자리다.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지, 어떤 행정을 펼칠 것인지, 청년과 노인, 소상공인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유권자들은 공약집보다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논평과 고발 기사에 더 자주 노출되고 있다.
정치권은 늘 “유권자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먼저 유권자들에게 선택할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상대를 끌어내리는 데 몰두하기보다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이 선거의 기본이다. 공세보다 공약이 앞서고, 정쟁보다 정책이 중심이 되는 선거가 돼야 유권자들의 신뢰도 살아난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공방 수위는 더 거칠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끝내 기억하는 것은 상대를 얼마나 공격했느냐가 아니라 지역을 위해 무엇을 약속했고, 어떤 비전을 보여줬느냐다. 이번 지방선거가 흑색선전 경쟁이 아니라 정책 경쟁의 장으로 남기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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