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엡스타인 생일편지' 보도에 WSJ 100억달러 소송 다시 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엡스타인가운데이 과거 한 여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엡스타인(가운데)이 과거 한 여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기사를 상대로 최소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다시 냈다. 앞선 사건이 각하되자, WSJ가 허위 가능성을 알고도 기사화했다는 논리를 보강했다. 쟁점은 문제의 편지가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쓴 것인지뿐 아니라 WSJ의 취재·출고 과정으로 확대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수정 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4월 대런 게일스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기존 소장을 각하하자, 법원이 부족하다고 본 부분을 보완한 것이다. 공인 명예훼손 사건에서 ‘실제 악의’는 언론사가 기사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알았거나 허위일 가능성을 외면했다는 뜻이다.
 
발단은 WSJ가 지난해 7월 내놓은 엡스타인 관련 기사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에게 외설적 생일 축하 편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 편지는 나체 여성의 윤곽 그림 안에 타자로 적힌 형태였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신체 하단부에 배치됐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문건이 가짜라고 반박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수정 소장에서 WSJ 기자 2명과 발행사 다우존스, 모회사 뉴스코프,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 명예회장 등을 겨냥했다. 이들이 당시 해당 내용이 거짓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진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기사화했다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 측 변호인 알레한드로 브리토는 “피고들은 보도 당시 명예훼손적 진술이 사실인지 여부를 무모하게 무시했거나, 진실 발견을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밝혔다.
 
수정 소장은 WSJ의 취재 경위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WSJ가 편지가 왜 3인칭으로 쓰였는지, 왜 타자로 작성됐는지, 누가 작성했는지, 매체가 어떻게 입수했는지를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기사에 편지 이미지를 싣지 않은 점도 실제 악의를 보여주는 정황으로 봤다.
 
게일스 판사는 기존 소송에서 “트럼프 대통령 측 논리가 실제 악의 기준에 ‘전혀 근접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WSJ가 기사 출고 전 트럼프 대통령 측과 관련 당국자들에게 반론을 요청한 점도 언급했다. 다만 해당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의 편지를 작성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 대변인은 이번 수정 소장을 ‘강력한 법적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통령은 가짜뉴스와 비방으로 미국 국민을 오도하는 이들에게 계속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단순한 기사 오류를 넘어 WSJ의 고의나 무모한 외면을 입증할 수 있느냐다. 법원이 보강된 내용도 실제 악의 기준에 못 미친다고 보면 법정 공방은 다시 초기 단계에서 막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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