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B-컷] '와일드 씽'은 어떻게 Y2K를 불러왔나

한 작품에는 수많은 시선이 존재합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이었지만 감독과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느꼈던 감각은 모두 다를지도 모릅니다. '최송희의 B-컷'은 스크린에 담긴 'A-컷' 너머 생생한 현장이 담긴 이면의 기록을 주목합니다. 감독, 배우들의 인터뷰를 교차해 완성된 프레임보다 더 뜨거웠던 'B-컷'의 순간을 재구성합니다. <편집자 주>
 
와일드 씽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와일드 씽'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다.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은 각각 트라이앵글의 리더 현우, 래퍼 상구, 센터 도미로 분했다.

'와일드 씽'이 소환하는 시대는 하나의 연도로 고정되지 않는다. 90년대 후반 아이돌 무대, 2000년대 초반 방송 문법, 세기말 스타일링과 음악방송 특유의 말투가 뒤섞인다. 정확한 고증보다 중요한 건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이 "내 시절 이야기"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감각이었다.

"대본을 썼을 때는 밀레니엄이라고 명기를 했어요. 그런데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딱 한 시대만 하면 차별화가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2000년대지만 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겠다는 요청이 있었고, 그렇게 해보자고 했어요. 아주 사실주의에서는 벗어나서 레퍼런스를 넓혀놓은 거죠. 결과적으로 많은 레퍼런스 중에서 배우들에게 맞는 스타일링을 찾았고, 배우들도 아이디어를 줬어요. 특히 강동원씨가 그 시절을 가장 잘 알고 있었고 전체 스타일링에도 도움을 줬습니다."(손재곤 감독)
와일드 씽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와일드 씽'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박지현이 체감한 것도 비슷했다. 그 시절의 감성은 설명보다 현장의 공기로 먼저 다가왔다. 헤어와 의상, 미술, 소품이 갖춰진 공간 안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음악방송 속 인물이 됐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영화에 보면 그 당시 유행했던 헤어스타일이나 의상 같은 것도 재현하려고 했고, 그 시절 방송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분들이 쓰는 말투가 있거든요. 음악방송 인터뷰할 때 그런 말투를 쓰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노력했다기보다 많은 스태프들이 그 시절 배경이나 미술, 소품 등을 재현해주셨기 때문에 그 시절에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박지현)

강동원에게 그 시절은 조금 더 개인적인 기억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TV로 보았던 1세대 아이돌의 무대는 지금 보면 다소 과해 보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분명히 멋이었다. 그는 '와일드 씽'의 무대가 그 감각을 조롱하기보다 제대로 보여주기를 바랐다.

"90년대는 제가 학생 때 TV로만 봤던 선배님들이잖아요. 그런 스타일이나 음악을 오마주하고 싶었어요. 그 시대가 정말 대중예술이 화려했던 시절이니까요. 물론 저희 영화는 코미디지만, 코믹하지만은 않게 진짜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렸을 때 그런 세기말적인 감성의 무대를 보고 '우와,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보면 조금 과한데, 그것도 그냥 웃기게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강동원)
와일드 씽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와일드 씽'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트라이앵글의 1집과 2집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대를 재현한다. 1집이 청량하고 풋풋한 아이돌의 에너지에 가깝다면, 2집은 보다 강렬한 퍼포먼스와 세기말적 과감함으로 확장된다. 박지현은 도미의 변화에서 핑클과 이효리를 떠올렸다.

"옛날에 god도 좋아했고 핑클도 좋아했어요. 그중에서도 이효리 선배님을 중점적으로 봤던 게, 트라이앵글이 1집에는 청량하고 순수한 콘셉트였다가 2집에서는 강렬하고 퍼포먼스가 화려한 이미지로 변신하잖아요. 이효리 선배님이 핑클 활동 때는 1집과 비슷했다면, 솔로 활동 때는 섹시하고 강렬한 콘셉트였기 때문에 도미 캐릭터가 두 가지를 다 가져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박지현)

엄태구에게 레트로는 재현보다 인물의 현실에 가까웠다. 그는 듀스를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상구를 연기할 때는 시대 자체를 의식하기보다 그 시간 안에 살고 있는 인물의 감정에 집중했다.

"그 시절에는 듀스를 좋아했어요. 다만 연기할 때는 그런 부분을 많이 생각하기보다 의상이나 분장, 무대에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그 시대를 재현해주셔서 신기하고 재밌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막상 연기할 때는 상구에게는 그때가 현실이니까요. 그 시절 자체를 의식하기보다 상구 입장에서 어떤 기분일까를 더 많이 생각했습니다."(엄태구)
와일드 씽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와일드 씽'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음악 역시 같은 원칙으로 만들어졌다. 손재곤 감독은 곡 자체가 우스워서 웃기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진지하게 무대를 소화할 때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웃음을 원했다. 트라이앵글이 실제로 존재했던 그룹처럼 보여야, 코미디도 힘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음악과 관련해서 제가 주문한 건, 여기서 나오는 메인곡을 가지고 웃기려는 시도를 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진지하게 했을 때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오는 건 좋지만, 곡이 코믹성을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음악팀에게 요구한 건 듣자마자 반응이 바로 나와야 한다는 거였어요. 영화 안에서는 몇 번 플레이할 수 없으니까요."(손재곤 감독)

'와일드 씽'은 특정 시대를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을 트라이앵글의 무대 안에 쌓았다. 배우들은 각자의 기억과 레퍼런스를 통해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갔고, 영화는 그 과정 끝에 가상의 그룹 트라이앵글에 설득력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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