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는 '레버리지의 덫'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직후 하루 만에 10% 가까이 폭락했고, 이후 급반등과 재급락을 반복하는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졌다. 가장 큰 피해자는 빚을 내 투자한 개인투자자였다. 반대매매 규모는 지난 일주일 동안 4배 이상 급증했고, 하루 반대매매 금액도 나흘 연속 400억원을 넘어섰다. 상승장에서는 보이지 않던 위험이 하락장에서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신용거래는 원래 양날의 검이다. 주가가 오르면 적은 자금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은 훨씬 빠른 속도로 커진다. 담보 유지비율이 무너지면 투자자의 판단과 무관하게 주식은 강제로 처분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반대매매가 또 다른 주가 하락을 부르고, 이는 다시 추가 반대매매를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개인의 과도한 레버리지가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코스피 변동성은 최고치에 다달했다.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특정 업종 쏠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급성장,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금리와 환율 변화 등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끼치면서 개인투자자가 예측하기 힘든 수준이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투자 실력을 과신하기 쉽다. 그러나 변동성이 커지는 순간 빚은 수익을 키우는 도구가 아니라 계좌를 무너뜨리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된다.
누구의 책임을 논하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롯이 빚투의 피해를 개인투자자에게만 돌릴 수도 없다. 증권사들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경쟁적으로 신용 한도를 늘려 투자 열기를 부추기고 시장이 흔들리면 반대매매로 위험을 투자자에게 전가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어떤가.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늘 사후경고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신용잔고 규모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특정 종목과 레버리지 상품으로 신용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시장 안정은 사후 대응보다 과도한 레버리지를 미리 억제하는 데서 시작된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증시는 '빚투도 투자전략'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하지만 시장은 언제나 상승만 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충격은 언제든 발생하며, 그 대가는 레버리지를 사용한 투자자에게 가장 먼저 돌아간다. 투자의 기본은 높은 수익률이 아니라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꾸준히 시장에 남는 것이다.
이번 반대매매 급증은 단순히 일부 개인투자자의 실패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과도한 빚투가 개인의 자산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고 투자심리까지 흔드는 구조적 위험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상승장에서는 빚이 실력을 가려줄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빚이 가장 잔인한 청구서를 내민다. 변동성이 일상이 된 시장에서 레버리지는 대박의 지름길이 아니라 위험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투자자, 금융회사, 정책당국 모두가 다시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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