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금융당국의 '패싱' 논란 속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거듭 밝혔다. 직접 관련 상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 대표임에도 투자 자제를 재차 당부한 데 이어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 방식으로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배 대표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대해 "투자자들에게만 부탁해서는 안될 일이다. 상장폐지가 아닌 자연사시켜야 된다"며 "운용사 LP 그리고 약간의 제도상의 도움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상품은 방향을 맞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변동성이 커지고 등락이 반복되면 일일 재조정과 복리 효과 때문에 상품의 가치가 빠르게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 대표는 시장 급락으로 불안이 커진 투자자들에게도 단기 가격 변동보다 장기적인 투자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단기 가격을 예측해 대응하려 하지 말고 내가 투자한 산업의 방향이 여전히 맞는지를 봐야 한다"며 "투자의 방향이 맞고 시간이 내 편이라면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에 반도체는 필수 산업이지만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사이클 산업"이라며 "특정 메모리 기업 하나보다 설계·메모리·파운드리·장비 등 반도체 생태계 전체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에서 '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 대표가 이 같은 메시지를 다시 내놓은 것은 최근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업계 3~4위권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잇달아 제외된 상황과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2일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ETF 본부장들을 불러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대책을 논의했다.
이어 28일에도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이 참석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관련 간담회를 열었지만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다시 참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미래에셋·KB자산운용과 함께 ETF 시장 점유율 5위인 신한자산운용이 참석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잇단 '패싱'에는 배 대표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공개 비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배 대표는 앞서 지난 20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 대표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다"며 "누구도 변동성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투자를 멈추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실제 사례도 제시했다. 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5월 27일 224만3000원에서 이달 16일 184만2000원으로 17.9%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거래량과 운용자산(AUM)이 가장 큰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률은 47.5%를 기록했다. 원주 하락률의 2배를 단순 적용한 이론상 손실률은 35.8%였지만 실제 손실은 이보다 11.7%포인트 더 컸다.
SK하이닉스 단일종목 인버스 상품 역시 원주 하락에 따라 이론적으로는 35.8%의 수익을 거둘 수 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31.1% 손실을 기록하며 이론 수익률과 실제 성과 간 괴리가 66.9%포인트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AC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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