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전부터 보도 이후까지 기자와 언론사가 지켜야 할 사항을 명문화한 '체크리스트'와, 시청자가 직접 문제 보도를 지적할 수 있는 양식을 통해 안전한 재난보도 문화 정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는 10일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진행한 「재난보도 모니터링 도구 고도화와 체크리스트 개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22년 제정된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재난보도 가이드라인'을 실제 취재 현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추진됐으며, 재난 발생 당시뿐만 아니라 추모기 보도까지 점검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이 12·29 여객기 참사(2024), 경북·경남·울산 초대형 산불(2025), 10·29 이태원 참사(2022) 등 주요 재난의 발생기와 추모기 보도를 분석한 결과, 보도의 자극성은 시기마다 다른 형태로 변형되며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점집단면접(FGI) 결과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재난을 직접 겪은 유가족들은 자극적인 보도 내용 자체보다 '동의 없는 촬영'과 '반복적인 개별 접촉(취재)'으로 인한 고통을 더 큰 문제로 꼽았다.
일반 뉴스 이용자들 역시 자극적인 보도가 오히려 뉴스를 회피하게 만들고, 진상 규명이나 대책 마련 등 실질적인 후속 보도의 부재로 시민적 관심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재난보도 체크리스트를 개발해 배포할 예정이다. 체크리스트는 △사건 발생 직전(투입 전) △사건 발생 중(현장 취재) △사건 발생 이후(보도·후속·복귀) 등 취재의 4단계 흐름에 맞춰 세분화됐으며, 각 항목의 수행 주체를 현장 '기자'와 책임자인 '데스크', 그리고 '언론사'로 명확히 구분했다.
예컨대 데스크는 취재 기자를 현장에 투입하기 전 과거 트라우마 경험이나 현재 스트레스 상태를 면담으로 확인해야 하며, 기자는 취재원의 신체·심리 상태를 확인하고 촬영 범위 등에 대해 사전 동의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
특히 기자는 무반응이나 진술 불일치 등 취재원이 통제하기 어려운 신체 반응을 보일 경우 즉각 취재를 연기해야 한다. 체크리스트는 현장 기자들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모바일 메신저로 주고받기 편한 PDF 형태로 제작된다.
뉴스 이용자들이 문제적 보도를 적극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다. 시청자나 독자가 직접 자극적인 장면이나 사생활 침해, 트라우마 유발 표현 등을 짚어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 '재고 요청 양식'을 개발해 배포한다.
남윤영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은 "재난 후 시간 흐름에 따라 보도 양상이 변화하는 만큼 가이드라인도 세분화될 필요가 있었다"며 "특히 추모일마다 재난 경험자가 다시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현장의 기자와 데스크가 이번 체크리스트를 활용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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