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운임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커졌음에도 해운 업체들은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 봉쇄로 항해거리·운항일수 증가가 불가피해지면서 국내외 해운사들이 고유가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저속운항을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효 선복량이 감소하면서 전 세계적인 공급망 마비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3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해운사들은 이번 후티 반군의 준동이 역대 최악의 공급망 마비 사태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홍해 항로가 일시적으로 마비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훨씬 심각하다"며 "주요 해운사들은 유가 상승→중유 가격 상승→전쟁위험보험료 상승→우회항로 운항에 따른 운항거리 및 선박 소요 기간 증가→유효 선복량(지금 당장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배의 양) 감소→운임 급등 등의 현상이 순차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하면 해운사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저속운항을 한층 강화할 공산이 크다. 연구에 따르면 선속을 10%가량 낮추면 연료비를 30%가량 절감할 수 있다. 이에 현재 평균 20노트 내외인 컨테이너선 속도가 벌크선 수준인 15노트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로 인해 선박 1척의 연간 항차가 감소하면서 개별 선박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전망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해운사들이 올 하반기 미주·중동뿐만 아니라 모든 항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해상 운임을 높일 것으로 예측된다. 선박 항차란 특정 선박이 정해진 항로를 운항하는 횟수와 순서를 말한다.
구교훈 국제물류사협회 회장은 "홍해는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모두에게 중요한 경로인 만큼 이번 위기는 석유제품과 유럽항로 위험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선사 입장에선 희망봉 우회항로 운항으로 인해 운송 기간이 길어지고 선박 생산성이 떨어지는 만큼 해상 운임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후티 반군의 준동은 그동안 해상 운임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해왔다. 후티 반군이 홍해 봉쇄 위협을 가할 때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3500까지 치솟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미국의 개입 등으로 준동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면서 운임이 빠르게 안정화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반면 이번 준동은 미국의 중동 영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전 세계 석유·물류 공급망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이란과 함께 전략적으로 공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사태 장기화가 예측되는 만큼 컨테이너선 운임이 그동안 위험에 따른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SCFI 3500을 돌파해 5000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1.8%(전분기 대비), 2분기 0.6%로 매우 양호하다. 특히 2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9.2%,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하며 1979년 이후 4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슈퍼 사이클(초호황)에 진입하면서 수출 증가와 실적 급등한 것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반도체 등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 성장기여도를 제외하면 실질 GDP 성장률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에 일각에선 호르무즈·홍해 봉쇄에 따른 고유가·고운임으로 비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물가 상승에 불이 붙을 경우 최악에는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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