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AI국가대전환=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 부동산 빅데이터를 국민의 '판단 인프라'로

  • 거래·가격 데이터 AI로 분석…공시·통계까지 확산하는 '부동산 AI'

AI 시대에는 부동산 정보가 부족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너무 많아서 문제다. 유튜브에서는 집값이 오른다고 하고 다른 채널에서는 떨어진다고 한다. 포털에는 호가가 있고 정부에는 실거래가와 각종 통계가 있다. 이제 생성형 AI까지 부동산 전망을 쏟아낼 것이다. 정보는 넘치는데 무엇을 믿어야 할지는 오히려 어려워졌다.
 
 
AI 시대 한국부동산원의 존재 이유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집값은 AI가 결정하지 않는다. 집을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이 만나 가격을 만들고 금리와 소득, 대출과 공급, 인구와 일자리가 수요와 공급을 움직인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이 시장의 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어느 아파트가 오를지를 예언하는 것은 민간의 수많은 전문가와 기업이 경쟁할 영역이다. 공공기관이 해야 할 일은 다르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이헌욱 한국부동산원 원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부동산시장 점검회의에서 발언하는 이헌욱 한국부동산원 원장(가운데)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시장에는 실거래가와 호가, 매매·전세가격, 거래량과 미분양, 청약과 입주물량 등 엄청난 데이터가 쌓인다. 하지만 데이터가 많다고 시장이 투명해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흩어진 정보를 연결하고 오류를 걸러내며 국민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한국부동산원은 AI 시대에 ‘부동산 데이터의 한국은행’ 같은 기관이 돼야 한다. 한국은행의 경제통계가 경제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듯 부동산 시장을 알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한국부동산원의 데이터를 찾게 만드는 것이다. AI 시대에는 데이터를 많이 가진 기관보다 ​믿을 수 있는 데이터를 가진 기관이 강하다.
 
 
AI는 이 데이터를 살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거래를 분석하면 거래량이 갑자기 변하는 지역이나 주변 시세와 다른 거래, 매매와 전세가격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더 빨리 찾아낼 수 있다. AI는 집값을 예언하는 점쟁이가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놓치기 쉬운 시장의 변화를 찾아내는 현미경이어야 한다.
 
 
통계를 국민의 언어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아파트 가격이 0.1% 올랐다”, “거래량이 10% 감소했다”는 숫자를 발표하는 데 그쳤다면 생성형 AI는 그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국민이 “우리 동네 거래가 지난해보다 늘었나”라고 물으면 공공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런 서비스는 집을 사라고 권하거나 집값을 전망하는 ‘투자 AI’와는 달라야 한다. 국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사실을 찾아주는 ‘부동산 AI 비서’​에 가깝다. AI가 인간의 판단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데이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여기서 민간과 공공의 역할도 분명해진다. 부동산 기술기업인 프롭테크와 포털, 금융회사는 더 편리한 서비스와 새로운 분석 모델을 경쟁하면 된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들과 더 좋은 앱을 만들겠다며 경쟁할 필요는 없다. 공공기관은 정확한 데이터와 표준을 만들고, 검증된 데이터가 민간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민간이 전망을 경쟁할 때 공공은 사실을 책임져야 한다. 어느 지역이 오를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전망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거래가 실제로 이뤄졌는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어떤 데이터가 믿을 만한지에 대해서는 국민이 의지할 기준이 있어야 한다.
 
 
AI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책임의 문제는 더 중요해진다. 특히 공시가격처럼 세금과 부담금, 복지와 재산권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는 AI가 계산했다고 정답이 될 수 없다.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고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오류가 발생하면 사람이 바로잡고 기관이 책임져야 한다.
 
 
AI가 분석하고 사람이 판단하며 기관이 책임진다. 이것이 공공 AI가 지켜야 할 원칙이다. 알고리즘이 인간의 책임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AI가 중요한 판단에 깊숙이 들어올수록 설명 가능성과 검증 절차, 책임의 주체는 더욱 명확해져야 한다.
 
 
이헌욱 원장이 이끄는 한국부동산원이 추진해야 할 AI 대전환도 결국 시스템 몇 개를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를 연결하고 품질을 높이며 시장의 변화를 빨리 발견하고, 어려운 통계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부동산원은 통계를 발표하는 기관을 넘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데이터 인프라가 될 수 있다.
 
 
앞으로 AI가 발전할수록 부동산 전망은 더 많아질 것이다. 정보가 많아진다고 진실까지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무엇이 사실인지 구별하는 일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역설
적으로 AI 시대에는 신뢰할 수 있는 공공 데이터의 가치가 더 커진다.
 
 
한국부동산원이 시장보다 똑똑한 기관이 되려고 할 필요도 없다. 국민이 시장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장 정확한 사실을 제공하면 된다. 민간이 전망을 경쟁할 때 공공은 사실을 책임진다. AI 시대 한국부동산원이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자산은 결국 신뢰다.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
이헌욱 한국부동산원장은 변호사 출신으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과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등을 지냈다. 한국부동산원장 취임 후 공정한 시장질서와 국민 주거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AI 기반 조사·분석과 부동산 데이터 혁신을 통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 정보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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