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은행권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급증하면서 포화상태에 이른 기업대출을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대부업체보다 낮은 평균 20~30%의 금리를 내세우며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고물가와 소득 감소로 신음하는 서민들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시중은행들의 1000만원 이하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854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6340억원보다 2204억원(34.7%)이나 늘어난 수치다.
소액신용대출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4분기 26.9%에서 올 1분기 들어 35.3%로 상승했다.
은행들이 소액신용대출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기업대출을 통한 예대마진(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 격차에 따른 이자수익)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 1분기에만 25조8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폭증해 기업대출도 함께 증가했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더이상 늘리기 어려울 만큼 확대된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등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점도 은행들이 기업대출 확대를 자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 1.0%에서 올 들어 1.5% 수준으로 상승했다"며 "기업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들이 캐피탈 자회사를 통한 소액대출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어 은행권 전체의 소액신용대출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자회사인 우리파이낸셜은 지난달부터 연 7.39~38.90%의 금리를 적용하는 '우리모두론'을 판매하고 있다.
하나은행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은 다음달 중순부터는 소액대출 상품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신한캐피탈과 기업은행의 기은캐피탈도 소액대출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들이 소액신용대출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카드사 등 기존에 진출해 있던 업체들과의 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전 업계 카드사의 올 1분기 신규 소액신용대출 실적은 5794억원으로 전분기(7970억원) 대비 27.3% 급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카드사의 대출고객 신용등급이 비슷해 소액대출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은행권의 소액신용대출 잔액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에서 소액신용대출을 받는 고객은 대부분 저신용층이기 때문에 최고 금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서민들은 이자부담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생활자금 용도의 신용대출이 늘고 있다"며 "경기 침체시 연체율 상승 등 여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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