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싱가포르항의 야적장
아시아 역내 항만들의 환적화물 유치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무조건적인 물동량 증대 보다는 전략적으로 고부가가치 화물을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1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최근 동북아시아의 부산항과 양산항, 동남아시아의 싱가포르항과 탄중펠레파스항, 카오슝항, 홍콩항, 선전항 등 아시아 지역 항만들은 요율을 낮추고 기항 선사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환적화물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환적화물 유치로 물동량 및 항만 간 연결성을 증대시켜, 자국의 항만을 역내 허브항만으로 만들기 위한 것.
통상 수출입화물이 자국의 경제규모 및 산업구조에 따라 제한되는 것에 반해, 환적화물은 이 같은 제약이 없다. 실제로 싱가포르의 경우, 수출입화물이 많지 않고 인구도 450만명에 불과하지만, 극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환적화물을 적극적으로 유치함으로써 현재 세계 1위항만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광석 KMI 연구원은 "환적화물은 물동량 카운트 시 2번 카운트되기 때문에 물량증대의 효과가 매우 클 뿐 아니라, 항만 간 연결성을 높여 추가적인 물동량을 창출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환적화물 유치전은 물량중심의 성장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여러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 연구원은 지적했다.
환적화물은 그 특성상 자국의 수출입화물보다 물동량 부침이 심한 ‘휘발성’을 갖고 있으며, 화물 유치를 위한 요율하락이 불가피해 오히려 출혈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지난 3월 대만의 카오슝 항만 관리자들이 카오슝항의 목표물동량인 1천만TEU를 달성하기 위해 물동량을 조작한 혐의로 체포된 것은 아시아 항만 간 치열한 물량유치전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한광석 연구원은 "환적화물 유치경쟁에 몰입하게 되면,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터미널 운영업자들의 이윤이 감소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단순한 환적화물 유치보다는 이윤 창출 화물의 유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 연구원은 "처리 물동량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적정수준의 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 선에서 효율적인 화물처리와 서비스의 질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007년 기준으로 세계 20위권의 항만 중 아시아 지역의 항만은 싱가포르항, 상하이항, 홍콩항을 비롯해 총 14개에 달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