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둔화.물가불안.대출부실
국내경제가 9월 위기설 종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펀더멘털을 위협할 수 있는 대형 악재에 휩싸여 있다는 진단이다.
세계경기 둔화 가속화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건설사 부실 우려가 줄도산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가계부채도 최근 고금리 상황과 맞물려 위험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둘러싼 건강이상설 또한 한국에 대한 국가 위험도를 올리는 요인이다.
◆수출 흔들린다=국내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둔화할 조짐이다.
선진국 경제가 먼저 침체에 접어들면서 아시아 지역도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아시아 경제는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성장세가 급격히 주춤하면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투자 과열이 수그러들면서 성장세가 올해 10% 부근에서 내년에는 8%선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아시아 경제 둔화는 한국 수출에 큰 타격이다. 지난해 수출액(본선인도 조건)에서 중국과 동남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2.3%와 18.4%로 미국(12.5%)이나 유럽(16.3%), 일본(7.7%)을 비롯한 선진시장을 압도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선진시장 경기가 이미 안 좋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아시아 지역까지 경기하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내수도 불안=국내경제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발목이 잡히면서 정부가 경기하강 속도를 조절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는 물가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추석 전에 추경안 처리를 통해 해당 공공기관에 자금을 지원해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최소화할 예정이었다.
정부는 추경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은 각각 7.75%와 11.2% 이상 인상 요인이 생기고 소비자물가는 0.366% 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물가 상승률이 당초 전망보다 높은 5.3%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유가 급등 파급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환율 폭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은 가계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져 내수위축과 경기둔화라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권 실장은 "앞으로 금융 불안보다는 실물 부문 리스크가 커질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경기 하강세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금융위기 가능성 여전=금융권을 둘러싼 9월 위기설이 허구로 끝났지만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 부실로 인한 금융위기 우려는 여전하다.
올 6월말 현재 가계부채는 622조9000억원으로 가구당 4000만원에 달한다. 가계부채는 고금리 상황과 맞물려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면서 경기를 끌어내린다. 부동산 가격 하락까지 더해진다면 가계부채는 국내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중소 건설사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4분기 들어 한계를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촉진시킨다고 하더라도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는 진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가 해외부문에서 번 돈으로 위기를 피해왔으나 해외 건설경기 마저 둔화되면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연말 무렵 한계를 드러내면서 금융기관 부실을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를 오르내리는 가운데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주식시장 역시 환율을 포함한 대내외 요인에 따라 연일 출렁이고 있다.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는 최근 "주식.환율이 외부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안정되기 전까지는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 이제 다 지나갔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고 전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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