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미국 금융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AIG에 대한 대대적인 구제금융 결정에도 불구하고 신용위기의 불씨가 꺼지기는 커녕 더욱 활활 타오르면서 금융기관간 합종연횡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월가 5대 투자은행 중 골드만삭스와 함께 살아남은 모간스탠리가 생존을 위해 은행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맥 모간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4위 은행 와코비아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사진: 모간스탠리가 미국 4위 은행 와코비아와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
맥 CEO는 와코비아를 포함한 다른 우량은행과의 합병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코비아측은 현재 모간스탠리와의 합병건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모간스탠리가 은행권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선언 이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리먼브라더스가 영국계 바클레이스를 비롯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와의 협상이 불발된 후 결국 파산의 길을 걸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모간스탠리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월가 투자은행 '빅5' 중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가 역사속으로 사라진 가운데 모간스탠리마저 주요 은행과 합병할 경우 골드만삭스만 남게 된다.
신문은 또 미국 최대 저축대부업체 워싱턴뮤추얼 역시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골드만삭스가 워싱턴뮤추얼의 매각 자문사로 선정돼 수일전부터 입찰작업을 벌여왔으며 유력 인수자로는 JP모간체이스를 비롯해 웰스파고와 HSBC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웰스파고와 함께 씨티그룹이 워싱턴뮤추얼 인수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뮤추얼 측은 이와 관련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 3월 JP모간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고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추진하던 BOA가 메릴린치를 전격 인수하는 등 상업은행들이 투자은행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100년이 넘게 글로벌 금융계를 호령하던 월가의 밑그림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편 AIG 구제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신용위기 폭풍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날 미국증시는 다시 폭락세로 돌아서면서 다우지수가 4%가 넘게 하락하며 1만600포인트대로 주저앉았고 나스닥과 S&P500지수 역시 각각 5%에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전세계에 분 신용폭풍은 '금융 쓰나미'와도 같았다. 전세계 펀드매니저들이 투자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S&P500지수는 이번주를 9.11 테러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으로 시작하면서 올들어서만 21% 하락한 셈이 됐다.
현재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S&P500지수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연 기준 약세를 기록하게 된다.
이번주에만 글로벌 증시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3조6000억달러(약 3600조원)에 달한다.
투자기관 피듀시어리 트러스트의 마이클 멀러니 매니저는 "최악의 상황이다"라면서 "지난 25년간 최근과 같은 일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을 비롯해 상품시장 역시 요동치고 있다. 미국증시가 급락하면서 달러 가치 역시 큰 폭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3% 상승해 1.43달러로 거래됐으며 달러/엔 환율은 0.83% 하락해 104.78엔을 기록했다.
증시 불안과 함께 투자자금이 상품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약세를 이어가던 유가와 금값은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물 가격은 배럴당 6.01달러 치솟은 97.16달러를 기록했고 금값은 온스당 9% 올라 850달러대를 회복했다.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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