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은 최근의 고환율이 국내기업의 올해 경영수지를 좌우할 최대 변수라고 전망했다.
산은 경제연구소가 29일 발표한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산업별 신용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고환율이 수개월간 지속될 경우 제품 생산원가가 증가하고 외화부채의 원금과 이자가 늘어 기업의 경상이익이 소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기업의 금융비용 증가는 환율보다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산은은 최근 미국발 금융쇼크가 환율과 금리에 영향을 미쳐 국내 기업의 생산원가를 높였고 환차손, 금리 등 금융비용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채산성 악화를 불러와 기업 도산의 위험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먼저 환율상승으로 인한 매출액 증가를 제거한 상태를 가정해 산출한 손익분기점 환율을 분석한 결과, 올해 평균환율이 전년에 비해 30%만 상승해도 비금속광물업과 인쇄출판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금융비용이 영업이익을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산은은 전망했다.
반면 금리는 섬유, 종이펄프, 가죽제품 등 일부 영세업종을 제외하고는 손익분기금리가 10%를 크게 넘게 된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기업의 경영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환율에 비해 크게 낮은 이유는 외환위기 때와 달리 기업의 부채비율이 400%대에서 100~200%대로 줄어든 데다 실세금리도 외환위기 당시에 비하면 절반이하로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산은은 환율과 금리 상승으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은 섬유, 컴퓨터, 전기기계, 가구, 가죽제품, 목재, 펄프업종으로 이들 업종은 수입 원자재의 비중이 높거나 인건비 부담이 높은 중소기업들이라고 분석했다.
대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석유정제, 전자, 음향 및 통신기기, 자동차 등은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지만 대부분 수출시장에서 원화약세의 혜택을 입는 업종이라고 전했다. 또 내수업종이더라도 원가부담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독과점 업종이므로 판매시장에서 그 효과가 상쇄된다고 주장했다.
금리상승에 취약한 업종은 부채비율이 높은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들로 주로 음식료품, 봉제의복, 비금속광물, 조립금속, 기계 및 장비, 의료 및 정밀기기 제조업체들인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산은은 최근의 환율과 금리 상승 등 금융환경 악화가 기업의 채산성 저하로 이어져 기업의 신용위험(도산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환율과 금리 상승추세가 향후 지속될 경우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종에서 신용위험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업황이 양호해 금융 불안에도 내성을 유지하고 있는 업종은 화학제품, 1차 금속, 기계장비, 자동차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여타 제조업종은 시장불안이 지속될 경우 부도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상로 산은경제연구소장은 “최근의 금융시장 경색으로 국내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가 원활하지 않다”면서 “국내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긍정적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수출시장에서 국내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에서 엔고현상이 장기간 고착화될 경우 국산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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