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일 실시될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오바마 후보의 압승이 유력시되면서 여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진영과의 네트워크가 없는 것은 물론, 한미FTA 조기비준 등에도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미FTA 처리 난항 = 당장 여권이 11월 중 시도할 한미FTA 비준안의 국회처리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오바마 후보는 한국에 대해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 등 사실상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FTA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FTA 비준처리를 위해 검역주권을 포기한 채 쇠고기 시장을 미국에게 넘겼다고 호된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가 또다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달 31일 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실무형 TF를 구성, 운영키로 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FTA 조기비준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의 수출시장이 위축되는 데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라며 “미국 상황은 선거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어떻든 한국 입장에서 필요한 사항은 우리 스스로가 확보해 나가는 차원에서 비준은 추진하면서 한미 FTA 이행법 등의 사항은 미국 일정을 감안해서 입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피해대책 마련이 우선이라며 여권의 방침에 제동을 걸고 있다.
조정식 원내대변인은 “정부가 FTA비준을 우선 처리하려는 것은 부시 대통령과의 ‘연내비준 노력’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제스처에 불과하다”며 “미 의회가 FTA 비준에 동의하지 않고 있고, 오바마 후보도 사실상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우리만 도장을 찍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보신당 측도 “한미 FTA는 한국 경제뿐 아니라 사회 규범 전체를 이미 실패한 미국모델로 바꾸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그토록 외쳤는데도, 정부여당은 우이독경이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라며 “세계 경제위기를 초래한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우리가 배운 첫 번째 교훈이야말로 미국식 자본주의로의 전면 통합을 의미하는 한미FTA 전면 폐기”라고 지적했다.
◆‘MB 노믹스’ 타격 불가피 = 여권의 또다른 고민은 시장자율을 극대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MB노믹스’의 타격이다. 오바마 후보는 ‘작은 정부’ ‘감세’ ‘규제완화’로 대표되는 부시정권의 레이거노믹스에 비판을 가하면서 시장자율을 조절하는 ‘큰정부’, 부자에 대한 ‘증세’, 복지비 지출 증대 등의 정책을 전면에 세워둔 상태다. 특히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쇠퇴하고 있는 시장자율·만능주의는 오마바 후보가 당선된다면 급속히 퇴장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에 MB노믹스에 대한 방향전환 압력이 전방위로 가해질 분위기다.
조 원내대변인은 “금융위기로 시장만능주의가 급속히 쇠퇴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무리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민주당은 당력을 총동원해 종부세 폐지, 출자총액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개악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송정훈 기자 songhd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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