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가속화로 일본의 실물경기가 급속도로 경직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공개한 추가 경기부양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4인 가족 기준 6만 엔 현물 지급'을 골자로 한 추가경기대책을 지난달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추가대경기대책안의 가장 주요한 정책은 ‘정액급부금(定額給付金)’으로 일본 가계에 일괄적으로 현금이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금권(金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정액급부금 지급에 편성된 예산은 2조 엔 규모로 1가구(4인 기준) 당 약 6만 엔 정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정액급부금 지급으로 소비가 살아나 일본 내수 경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액급부금 지급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퍼져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액급부금이 소득에 따라 차등 분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대를 대상으로 동일액을 지급한다 것을 문제삼고 있다.
과거 일본 정부는 자녀가 있는 세대와 저소득층의 고령자 등으로 수혜 자격을 제한했었지만 이번에는 소득규모와 가정환경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4인 가족 기준을 내걸었다.
중의원 선거 이후 일본 일본 경제가 안정을 되찾기 전까지는 추가경제대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우에노 야스나리 미즈호증권 시장 분석팀장은 “정액급부금으로 인한 경기부양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지급 대상을 저소득층으로 한정지어야 했다”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도 "정부의 추가경기대책은 궁극의 중의원 선거대책"이라며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자민당 정권의 말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판의 강도가 거세지자 가와무라 관방장관은 6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지급대상을 연수입 1500만 엔 미만 세대로 한정짓는 안을 검토 중”이라며 “추가경제 대책을 개정하지 않는 선에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여론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액급부금이 소득에 따라 차등 분배한다고 해도 실효성 문제는 잠들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1998년, 침체된 내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역진흥권이라는 금권을 일본 국민들에게 2만엔씩(총 7000억 엔)을 지급했었다.
실제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현금이 아닌 금권방식으로 지급하는 등 세심한 준비를 했지만 대부분 국민이 금권을 생필품을 구입에 쓰는 바람에 소비진작 효과는 크지 않았다. 당시의 경제기획청의 계산으로는 총액 7000억엔 중 2000억엔 정도 만이 신규 소비창출에 쓰였다.
또 암거래 시장에서 금권을 현금화 해 많은 액수가 저축으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액급부금 지급도 과거처럼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을 거란 게 주된 전망이다.
김은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일본 국민들은 지금 받는 돈이 나중에 세금으로 돌아올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서 정액급부금이 소비로 이어지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전문연구원은 또 “이번 정액급부금 지급이 막대한 적자를 안고 있는 일본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 “지급되는 분기에 소비 증가세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단발적인 성격에 그칠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추가경기대책안을 통해 기존에 발표했던 6조엔 규모의 중소기업 신용보증을 20조엔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기로 하고 정부계금융기관이 10조엔 수준의 자금을 대출한다고 밝혔다.
운송·물류 업체에 자금 지원을 통해 비싼 고속도로 사용료와 주유비에 시름하는 물류업계를 구제하고 유통비용을 억제키로 했다.
금융시장의 안정화대책으로는 기업에 자사주 매입을 요청하고 연말 기간이 종료되는 증권우대세제도 3년 연장할 계획이다.
또 재원 확보, 소비세 개혁을 위한 세제 개혁 중기프로그램의 골격도 발표했다.
김 전문연구원은 “중의원 선거가 끝나고 경제가 안정될 때까지는 더 이상의 추가 경제대책은 없을 것”이라면서 “일본의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연금, 세금 등 세법 개정을 통한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 해소가 선행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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