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하면서 제2금융권의 신용경색이 가중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제2금융권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졌고 그나마도 돈줄이 말라 조달 규모가 크게 줄어 일부 여신전문회사는 모기업의 자금 수혈을 받는 처지가 됐다.
부동산경기 악화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경우 부실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으며 보험회사도 보유 채권과 주식의 가치 하락으로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져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 할부금융사 자금난 심화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할부금융사는 주요 자금 조달처인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의 발행이 막히면서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할부금융사의 채권 발행 규모는 9월 7천398억 원에서 지난 달에는 1천450억 원으로 20% 이하로 급감했다.
이에 따라 우리파이낸셜은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에서 3천억 원, 하나캐피탈은 계열사인 하나은행으로부터 2천억 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받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부도 이전부터 준비한 할부금융채는 발행이 이루어졌지만 그 이후에는 채권 수요가 없어 발행이 거의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 조달이 안 되다 보니 자동차 할부와 신용대출, 리스 등 할부금융사의 주요 영업이 크게 위축됐다"며 "이런 상태가 연말까지 지속하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할부금융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는 그나마 채권 발행이 가능하나 금리가 8% 중반까지 뛰어올랐고 발행 규모도 줄었다. 지난 달 카드채 발행 규모는 6천4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25.6% 감소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4월에는 카드채 금리가 6% 수준이었지만 이후 2~3% 정도 뛰었다"며 "상반기에는 기관 수요가 많았지만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에는 기관 수요가 거의 없어 대부분 소매로 소화하는 등 발행의 질도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 저축은행.보험사 건전성 비상
부동산경기 침체로 제2금융권의 PF 대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의 PF 금융 규모는 6월 말 기준으로 97조1천억 원이며 이중 대출이 78조9천억 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15조3천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권의 PF 대출 연체율은 0.64%로 나은 편이지만 증권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의 PF 대출 연체율은 각각 6.57%, 4.2%로 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저축은행은 PF 대출이 12조 원으로 전체 대출의 24%를 차지하는 데다 연체율도 14.3%에 이른다.
저축은행들은 PF 대출 중에 사업성이 뛰어난 곳은 만기를 연장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은 곳은 자금을 회수하거나 손실 처리하고 있으며 신규 PF 대출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보험회사들도 채권과 주식 등 보유 자산의 가치하락 여파로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져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 적기시정 조치를 내리고 150% 미만이면 자본 확충을 권고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9월 말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이 100% 미만인 곳은 없지만 잠정치 기준으로 5~6개 정도가 150% 아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다음 달에 1천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며 PCA생명과 ING생명, KB생명도 증자 또는 후순위 차입을 준비하고 있다.
손보사 중에는 지급여력비율이 150% 아래로 떨어진 그린손해보험이 연말 이전에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제일화재도 지급여력비율이 150% 미만으로 하락해 증자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은행 쪽은 PF 대출 비중이 4% 수준으로 낮아 부실이 발생해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저축은행은 다르다"며 "다만 미국처럼 자산의 유동화 비율이 높지 않아 저축은행이 부실화돼도 전체 금융시장으로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 대출을 회수하거나 대출을 중단하면 실물 쪽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금리 인하 등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견실한 건설사나 중소기업은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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