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가 금융경색의 여파로 힘든 상황인데다 첫 파산위기까지 몰린 업체의 출현으로 협력사 도미노 파산 우려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중견 해운업체인 파크로드는 몇주 전부터 파산설에 시달리다가 19일 전격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에 따르면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벌커운임지수(BDI) 90% 이상 폭락한 것이 주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파크로드는 96년에 설립해 지난해 3039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부정기선 7척과 정기선 3척을 보유한 업체로 공격적 벌크선 용선을 통해 영업을 확장해 왔다. 지난해 7월엔 싱가포르 현지법인을 통해 40여 척에 달하는 대형 벌크선을 용선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파산이나 마찬가지인 파크로드의 채무불이행은 해운업계의 도미노 파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파크로드와 거래해온 영세업체들의 타격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외 선사들은 디폴트를 선언한 업체와는 절대 거래를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파크로드라는 사명으로는 영업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크로드는 지난달말 선주사(배를 빌려 준 회사)측에 '용선선박에 대한 모든 권리를 이양한다'는 각서를 썼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니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빌려 준 선박을 모두 가져가라는 채무불이행 선언이었다. 이는 공식적 파산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권리이양에 대한 서명은 곧 파산을 의미한다.
이에 해운업계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안으로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해 업체가 보유한 선박을 환매조건부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선주협회와 NH투자증권은 해운업계가 겪고 있는 유동성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하고 상호 업무협약서를 19일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해운업계는 시황 악화로 배를 팔아야 할 경우 이를 매입해주는 선박관리회사 설립을 구체화 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선주협회관계자는 “협회와 NH투자증권이 자금마련을 위해 여러 금융기관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며, 현재 2~3곳의 손해보험사 등이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금은 5000억원 가량을 모아 업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진방 선주협회 회장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은 무분별한 선박매각을 방지하는 동시에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선사를 보호하자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준성 기자 fre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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