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조합추진위원회의 시공사 선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또 다른 줄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심의는 흑석제9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추진위가 "추진위의 시공사 선정은 무효"라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냈던 상고심 심리.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1, 2심 판결을 확정지었다.
흑석제9구역의 경우 그동안 재개발사업 추진을 해왔던 추진위와 추진위와 공사계약을 한 건설업체 간의 계약은 아무런 소용도 없게 됐다.
앞으로 절차에 따라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그만큼 일정이 늦어질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간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주택재개발과 주택재건축사업의 근거 법률은 2003년 발효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다.
도정법에서 시공자에 대한 규정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건설업자 또는 등록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시공자를 조합의 정관 등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1조).
그러다가 2005년 3월 법을 개정하면서 주택재건축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재개발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았다.
1년 뒤인 2006년 5월 법을 개정(2006년 8월 25일부터 적용)하면서야 "주택재개발사업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부칙에서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추진위 승인을 얻은 분부터 적용"한다고 명시했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된다. 재건축에 대해서는 시공사 선정기준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했지만 재개발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때문에 2006년 8월 25일 이전에 추진위 승인을 받고 시공사를 선정한 곳은 조합설립인가 신청 시 정관에 단서 조항을 삽입한 뒤, 인가 후에 총회의 결의를 받아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하는 식의 편법이 동원됐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조합인가 이후에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각 지자체에 권고했지만 법을 어긴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강제할 수는 없었다.
재개발은 단순한 사업이 아니고 생존권이 걸려있는 문제이다.
일차적으로 조합의 문제로 볼 수 있지만 명확하게 법을 개정하고 이에 따른 혼란을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은 더 크다.
이번 판결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던 다른 재개발 지역에서도 소송이 잇다를 것 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자칫 재개발 소송 대란이 올까 두렵다. 그리고 이 참에 이주보상기준일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재개발 관련 사안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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