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곳곳의 암초에 걸려 기한없이 표류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초 역세권에 장기전세주택 1만가구를 포함해 4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지만 자치구들의 반응이 싸늘한 데다 업계 일각에선 현행 법상으로는 역세권 장기전세 건립 자체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7일 마포구 지하철 6호선 대흥역 일대에 장기전세주택 공급이 확정된 이후 현재 추진 중이거나 추진 예정인 사업지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SH공사 한 핵심 관계자는 "'역세권에 공급하는 첫 장기전세주택'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시에서 확정 발표만 했을뿐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3일 서울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추진을 앞둔 사업은 아직 없지만, 민간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기관에서 강압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며 "지난달 13일 준주거지역의 용적률을 당초 400%에서 500%로 상향조정하는 등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 관련 지구단위 계획 수립 및 운영기준'이 발효됨에 따라 사업계획 승인 및 건축허가 신청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각 지역의 문의가 많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러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치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강동구 한 관계자는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을 강동구에 추진한다는 사업계획이 올라와도 적극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일1.2지구 등 관내 임대주택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우리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임대주택 비율이 가장 높아 경제적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며 "임대주택 비율이 낮은 다른 구에 물어봐도 다들 안한다는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광진구와 성동구의 입장도 다르지 않았다. 광진구와 성동구 관계자는 "그 사업은 우리 구와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구 관계자도 "서울시가 내놓은 원안대로는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며 "우리 구는 임대아파트 비율이 낮기 때문에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보단 임대주택을 추진할 방침으로, 꼭 해야만 한다면 장기전세주택과 임대아파트를 함께 건립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각 자치구에 홍보가 제대로 안 된 탓인지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에 대한 구의 기본적인 입장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게 뭔지 모른다"고 답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도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이 어떤 것이냐. 처음들어 본다"고 말했다.
한편 역세권 장기전세에 적용되는 관련 법령으로 인한 사업추진의 난항도 예상되고 있다. 현 주택법으로는 사업자가 토지를 90% 안팎을 매수해야 하지만 마땅한 세입자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현행 방식 외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도시환경정비사업 방식도 도입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국토부가 부작용을 우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권영은 기자 kye30901@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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