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SOC부문 24조7천억 투입, GDP 2.4%..'내수 확충+일자리 창출' 기대
전문가 "단순 건설·토목 중심 문제..성장 잠재력 높일 수 없다"
정부는 한국형 '뉴딜'사업을 표방하는 4대강 정비사업을 비롯,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경제위기 극복의 승부를 걸고 있다. 민간의 투자여력과 심리가 얼어붙은 만큼 정부가 돈을 써서 일감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대적 재정지출에 대해 경기후퇴기에 적절한 선택일 수 있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건설사업 위주로 짜여져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한국형 뉴딜' 추진
기획재정부는 16일 내수 확충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해 4대강 정비,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 등 이른바 '한국형 뉴딜' 정책을 골자로 하는 경제운용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형 뉴딜 정책은 정부가 내세우는 내년 경제운용방향의 핵심 과제다. 먼저 4대강 정비,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 등을 통해 내수 확충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에만 국내총생산(GDP)의 2.4%인 24조7000억원이 투입된다.
도로공사 외에도 철도, 건축공사 등까지 민간 선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이 같은 SOC사업이 재정 부족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는 일도 방지한다.
정부는 SOC나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에 토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개발예정지를 미리 비축하는 토지은행(Land Bank) 제도도 본격 개시, 수원-광명고속도로 등 17개 사업, 3092억원 규모 매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의 투자여력과 심리가 얼어붙은 만큼 정부가 돈을 써서 일감을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 현실성 있나
이같은 정부의 뉴딜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은 반응은 냉담하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전 청와대 정책실장)는 "우리나라가 건설·토목 중심 경제로 가는 것은 문제다. 토건국가로 갔던 일본의 길을 쭉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라며 "내용을 무시하면서 낭비적으로 잘못된 경제구조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비판했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뉴딜은 경제의 전반적인 모든 부분을 바꿔 패러다임을 새롭게 하는 것이다. 산업구조 바꾸고 금융개혁도 하고 다방면에서 전방위적인 패키지 개혁을 뉴딜이라고 할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4대강 정비'를 뉴딜이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정확한 의미에서 그것은 뉴딜이 아니다. 4대강 정비는 정비성과 성장의 산업발전의 기반이 되고 환경 파괴가 아닌 보호가 돼야 하는데 파괴"라며 "경제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아직 입증된 바 없다"고 비판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도 "뉴딜정책의 철학은 서민의 소비를 늘려 중소기업과 대기업, 그리고 경제 전체가 순차적으로 살아나게 한다는 것이지만 1930년대와는 전혀 다른 현재의 경제적 환경에서 단순 토목사업은 서민·중산층의 소비를 늘릴 수도 없고,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 성공조건 "시장 불신 해소 선결, 조기집행 동반돼야"
전문가들은 한국형 뉴딜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무엇보다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며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필상 교수는 "정부가 경제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성장정책에 매달려 뒷북을 치고 자금만 낭비하며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이 많다"면서 "이런 상태에서는 어떤 정책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만큼 우선 정책이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시정해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는 일이 선결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우 교수는 "현재의 위기상황에선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복지·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영백 inche@
김한나 h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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