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회기도 불과 17일 남겨두고 있으나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예산정국에서 한미FTA비준안 외통위 상정까지 단독처리 한 데 이어 쟁점법안들도 이번 주 안에 일괄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맞선 민주당은 ’해머’를 동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쟁점법안 상정 저지에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이다.
◆與, ‘강행처리’ 되풀이 유력
한나라당은 예산안에 이어 한미FTA비준안까지 단독 상정한 만큼 쟁점법안도 최대한 속도를 내 처리할 방침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21일 “각 상임위 위원장과 간사들에게 22일부터 전 상임위를 동시에 개최해 쟁점법안을 심의할 것을 지시했다”면서“24일까지는 법사위를 포함한 상임위 절차를 모두 종료하고 31일까지 본회의에서 법안들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직권상정 가능성을 또 다시 피력, 총대를 맨 만큼 한나라당으로선 주저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연속 단독처리를 허용한 민주당은 금산분리 완화 등 ‘MB법안’ 만큼은 배수진을 쳐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연말까지 ‘MB악법’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며 “소수세력이지만 끝까지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아울러 한나라당의 한미FTA비준안 단독상정이 무효임을 주장하는 권한쟁의 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등 이제는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민주당은 최근 해머와 전기톱을 동원한 폭력사태로 민심이 더욱 이반된 상태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강행처리를 막으면서 새해직전 막판타협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각각 무엇을 얻고 잃었나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임시국회 회기에서 몸싸움으로 일관한 여야 모두 얻은 것 없이 잃은 게 더 많다는 평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한미 FTA 상정 신속처리'라는 당론을 관철시키며 상대적으로 실리를 챙겼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본질을 일절 배제한 채 머릿수로만 밀어붙이는 후진정치를 되풀이 했다는 점에서 비난여론이 가득한 상태다.
국회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예산안은 시간이 없었다고 쳐도 한미FTA비준안처럼 민생에 직결되는 사안을 여론수렴 없이 몰아붙인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민주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자세도 의회민주주의의 기본개념 자체를 무시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박진(한나라당) 외통위 위원장의 일방적인 질서유지권 발동은 의원들의 기본 권리인 입법권과 비준동의권마저 짓밟았다는 평이다.
하지만 국회에 해머와 전기톱을 동원한 민주당은 명분은 물론 실리까지 잃은 상태다.
“다양한 의견은 수렴해도 폭력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민주주의 사회에 그것도 제1야당이 이러한 행태를 보인 것은 경위야 어쨌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여론이 팽배하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러한 구태는 매년 되풀이 된 일이지만 소화기나 해머까지 동원된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고 자평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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