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건설인수 포기에 이어 해외공장 건설 연기·재검토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동국제강이 추진 중인 사업계획을 잇따라 유보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지난해 브라질 일관제철소 건설사업 연기와 쌍용건설 인수 포기에 이어 브라질 슬라브공장 건설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는 등 추진사업을 줄줄이 유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동국제강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수시공시를 통해 브라질의 세아라 스틸(Ceara Steel)공장 프로젝트가 현지 가스 공급업체와의 공급가격 문제로 인해 사업타당성이 현저히 떨어져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발언이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장 회장은 최근 그룹 내 팀장과 임원대상으로 열린 ‘경영전략세미나’에서 “동국제강의 3후판 공장건설과 브라질 프로젝트의 추진은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해서 꼭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장 회장의 발언과 사뭇다르게 야심차게 추진한 브라질 사업 중 일부가 어긋나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동국제강은 2005년 말 자체 원재료 조달선 확보를 위해 현지 업체들과 공동으로 브라질 세아라 지역에 슬라브 공장을 설립키로 했다. 현지 프로젝트 파이낸싱까지 성사시켰지만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스 공급업체로부터 과도한 가격 인상 요구를 받아왔다.
이에 따라 당초 2008년 12월까지였던 프로젝트 기간을 2010년 7월까지로 이미 한차례 연기한 바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가스 공급 가격인상 요구에 따라 사업타당성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했다”며 “투자자들간의 이해 상충으로 사업진행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종전 가스 계약의 유효성 주장과 투자자들간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주주간의 합의하에 사업추진의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추후 진행 사항은 확정 되는대로 재공시하겠다”고 말했다.
브라질 슬라브 공장은 올해 9월 가동이 예정돼 있는 당진 후판공장의 원재료 조달차원이었던 만큼 슬라브 조달의 지연 및 가스가격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동국제강은 브라질 일관제철소 건설사업을 당초 지난해 10월말 예정됐던 착공 시기를 올해로 미룬 상태다. 발레와 합작으로 2조원을 투자해 250만t~3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키로 지난 2007년 말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로 브라질 경제가 악화됐고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발레의 사정도 나빠졌다. 또 지난해 4월에 공동투자 의사를 밝힌 일본 철강업체 JFE와의 최종 합의도 길어져 착공 일정이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국제강 측은 브라질 프로젝트를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시장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지난해에는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포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동국제강이 철강업과 건설업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쌍용건설 인수에 적극 나섰지만, 경기 하강 국면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불리한 조건을 안고 무리하게 인수에 나설 이유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김영리 기자 mirac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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