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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파일] "알면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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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1-2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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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녀도 괜찮을까.' 증권사 지점 여직원이 동행 없이 고객 돈이 담긴 가방을 들고 대로를 걷는 모습을 종종 보면서 든 의문이다. 결론 먼저 이야기하면 이런 식으로 다니면 안 된다.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둘이 한 조가 돼 다니도록 금융당국이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증권사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물어보면 손이 모자라서라고 답하지 몰라서 그랬다는 직원은 없다.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이다. 돈을 맡긴 고객이 듣는다면 믿기 싫겠지만 이게 증권사 투자자 보호 수준이다. 주식투자에 실패한 증권사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했다는 기사가 해마다 나오는 건 이런 사정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투자자 보호 강화가 기대되고 있지만 증권사 내부 준법의식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금융사고 대부분은 제도가 미흡해서가 아니라 이를 알면서도 안 지키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고객이 맡긴 돈을 다루는 기본적인 태도부터 고치지 않는다면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투자자 보호보다 업무 편의가 앞서는데 새로운 법 시행만으로 변화를 바라는 게 무리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통법 시행과 함께 적용되는 표준투자권유준칙도 증권업계가 과잉규제라며 불만을 제기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준칙은 투자자 위험성향을 분류한 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위험상품 권유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강제성은 없지만 투자자와 불완전판매로 인한 분쟁이 생겼을 때 기본자료로 사용되는 만큼 증권업계에 준칙이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는 이런 이유로 영업 위축에 따른 수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수익만 앞세우다 투자자 성향은 무시한 채 위험상품을 떠넘기듯 팔지 않았나부터 반성하는 게 순서다.

표준투자권유준칙은 금융투자회사가 투자 경험과 연령, 재산과 소득, 위험 성향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 뒤 투자자를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으로 5단계에 걸쳐 나누도록 했다. 이에 따라 권유할 수 있는 상품이 제한되는데 선물옵션을 비롯한 고위험 파생상품은 공격투자형인 경우만 권유할 수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엄격해진 상품 가입 절차 때문에 증권업계는 물론 고객조차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상품이 가진 위험을 제대로 알려 불완전판매를 줄일 수 있다면 감수해야 할 불편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업계가 불완전판매를 했다면 자신은 불완전감독을 했다며 스스로를 자책한 바 있다. 김동원 금융감독원 서비스보호본부장은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전하고 "미국 경우에도 간접투자상품이 자리잡기까지 불완전판매 소송을 엄청나게 치른 경험이 있다"며 "금융 환경이 크게 변하는 과정에서 치르는 학습효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이유 있는 번거로움이라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게 옳다. 자통법 시행으로 증권업계가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책임도 커지는 게 당연하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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