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통합법 시행으로 금융기관들의 투자자 보호 책임이 강화되면서 은행권의 펀드 판매가 위축될 전망이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에 비해 시중은행들의 소비자 보호가 상대적으로 안일했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객 이탈 방지 및 자통법 안정적 시행을 위해 은행들이 안전망을 확보하고 영업 인력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판매서비스 개선 방안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자통법 시행…소비자 보호가 관건
자통법이 시행되면 금융기관들은 상품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우선 자통법 이후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
연령이나 투자경험 등에 따라 투자자를 △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 등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투자성향보다 위험도가 높은 금융투자상품은 권유할 수 없다.
고객이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도 기존에는 한 번의 서명으로 끝난 데 반해 자통법 시행 이후에는 구조나 위험도, 수수료는 물론 원금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는지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들의 경우 지금까지는 '판매'에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펀드클리닉이나 리포트 등을 통한 '사후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파생펀드나 부동산펀드는 별도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만 판매할 수 있다. 만약 이들 직원이 없는 지역의 거주자라면 해당 펀드 투자 자체가 원천 봉쇄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소비자 보호가 강화됨에 따라 그동안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해왔던 은행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연구소가 지난 2007년 12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펀드 판매 과정에서 걸리는 상담은 11~20분(36.8%)이 가장 많았고 평균 상담시간은 23.6분이었다.
자통법이 시행되면 상담 시간이 종전보다 최대 6배 이상 늘어날 수 있어 은행권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처음부터 펀드 가입을 목적으로 증권사를 찾는 고객과 달리 은행 고객은 대부분 일상적인 은행 업무를 위해 영업점을 찾았다가 직원 권유로 펀드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아 한 시간씩 기다리면서까지 펀드에 가입하려는 고객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은행들은 예상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소비자 보호망을 확충해 고객 이탈을 막고 시장에 신뢰를 심어줘 이미지를 제고해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
◆신한은행 발빠르게 대응책 마련
신한은행은 오는 5월 시행 예정인 투자상품 자격증 제도(증권펀드, 파생펀드, 부동산펀드 3개 분야별 자격증 보유직원만 판매할 수 있는 제도)에 대비해 은행권 최초로 투자상품 판매채널 개선방안을 다음달 2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펀드 등 투자상품을 거래하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업그레이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기존에 모든 영업점 창구에서 이뤄지던 투자상품 상담 및 판매를 VIP코너와 투자상담 창구에서만 이뤄지도록 하고 투자전문 전문 직원을 배치할 예정이다. 전문 직원은 외부자격증 소지는 물론 엄격한 내부 자격기준을 통과한 직원으로 제한된다.
일반 고객이 투자하기 부적합한 고위험 상품에 대해서는 일부 대형 영업점에서만 판매하도록 했다.
신한은행은 판매채널 개선방안이 일시적으로는 영업력을 약화시킬 수 있지만 투자고객 보호 및 서비스 개선, 투자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역량 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등 지주회사 계열사 간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프랑스 BNP파리바그룹을 벤치마킹해 투자상품 선정, 마케팅 및 사후 관리 전반에 걸친 시스템과 프로세스 개편을 이룰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적지 않은 투자손실이 발생해 지난 1년 동안 힘든 한 해를 보냈는데 '투자고객 서비스 개선방안'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와 수익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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