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스타힐스

우리은행 이종휘 행장, 외풍에 내실경영 의지 '흔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09-03-09 16:3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우리은행 최초로 내부 인사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종휘 행장의 수심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돼 건전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지만 대주주인 정부가 기업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이 행장 취임 후 2분기 연속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6911억원 손실을 보며 2002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우리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비율과 자기자본비율도 업계 최저 수준인 7.7%와 11.7%로 떨어졌다.
 
순이자마진(NIM)과 총자산수익률(ROA)은 2.24%, 0.1%로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양해각서(MOU) 목표치에 미달했다.

이에 따라 이 행장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주의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스크 관리의 달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행장으로서는 굴욕적인 성적표다.

이 행장은 외환위기 당시 부실기업들에 대한 워크아웃을 주도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이 행장이 신임 행장으로 취임하자 업계에서는 황영기, 박해춘 전 행장 시절 무리하게 몸집을 불린 데 따른 후유증으로 고전하고 있는 우리은행을 되살려 낼 적임자라며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렸다.

이 행장 스스로도 취임 후 첫 경영전략회의와 2009년 신년사를 통해 "수익성과 건전성을 고려한 균형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행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의 수익성 및 건전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대주주인 정부의 눈치를 보며 무리한 기업 지원책을 앞장서서 실천한 데 따른 결과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분의 72.97%를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국책은행과 같다"며 "기업 지원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려다 보니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 자본확충펀드 참여, 일자리나누기(잡 셰어링) 등에 적극 참여하며 정부의 '행동대장'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중소기업 대출을 7조원 이상 늘리기 위해 자본확충펀드에서 2조원을 수혈받고 해외에서 20억달러 가량을 차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8조원에 달하는 데다 13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도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대출 확대 및 자금 차입에 무리하게 나설 경우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우리은행의 각종 경영 지표들을 끌어올려야 할 책임이 있는 이 행장이 정부 정책에 휘둘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기침체나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이 행장의 시련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