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공급하는 외화대출 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 대외 여건 악화로 달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 입찰에 적극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달러 가뭄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달 주주총회가 끝난 후 대규모 외화 차입에 나설 계획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지난해 실적이 워낙 안 좋았던 데다 동유럽 금융불안 등의 악재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공급하는 외화 자금을 따내기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3일 한은이 한미 통화 스와프 자금 30억달러에 대한 외화대출 입찰을 실시한 결과 평균 낙찰금리는 연 1.3160%를 기록했다. 응찰액은 45억달러로 공급액의 1.5배에 달했다.
지난달 24일 실시된 입찰에서는 평균 낙찰금리가 1.4398%까지 치솟았다. 응찰액도 52억5000만달러로 공급 예정액인 4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한미 통화 스와프 자금에 대한 평균 낙찰금리는 지난 1월 13일 1.1234%로 저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은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실시하는 입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3일 한은이 올 들어 처음 실시한 경쟁입찰의 경우 응찰액은 낙찰액의 3배에 달하는 3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어 10일 실시된 입찰에서도 공급 예정액인 20억달러의 2배가 넘는 42억달러가 응찰했다.
한은 관계자는 "연초에는 달러 수급 상황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동유럽 경제위기, 환율 급등, 외화 차입액 만기 도래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은행권의 외화 차입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며 "달러가 부족해지자 한은이 공급하는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리스크가 높아진 탓에 해외에서 돈을 빌릴 데가 마땅치 않다"며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조달 비용이 너무 비싸 금리가 낮은 통화 스와프 자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이달 중 주총을 거쳐 지난해 결산 실적이 확정되면 본격적인 외자 차입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이달 말 회계결산을 마치고 새롭게 자금 운용 계획을 짜고 있는 일본계 금융기관의 자금을 유치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26~27일 일본 도쿄에서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며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외 차입 여건이 개선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금융기관들의 실적 하락폭이 너무 큰 데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어 해외 차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자금 조달에 성공하더라도 최근 채권 발행금리가 지나치게 높아 실익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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