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올해 600대 기업의 투자 규모가 지난해와 엇비슷한 87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이 같은 규모가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 한도"라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은 "현 상황에서 투자를 무작정 늘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 정부와 여당의 투자 확대 요구를 겨냥한 듯한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정부가 중소기업의 롤오버(만기연장)만 보장하지 말고 대기업들의 롤오버도 2~3년 동안 보장해 주면 투자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재계의 볼멘소리에 대해 즉각적인 질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재계가 87조원을 투자해 정부의 투자 요구에 마지못해 부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일자리 나누기로 생색을 내고 있지만, 투자의 전제 조건을 내세운 것은 결국 고용을 미끼로 기업이 투자의 대가를 정부와 거래하려드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어려운 집안 살림을 걱정해야할 '큰 형님'이 엄살을 부린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가 본격화된 지난해 4분기 대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이 크게 줄었다는 큰 형님들의 주머니 사정이 공개되며 '이유 있는' 엄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특히 올 들어 각 기업별로 매출 감소와 생산량 축소가 심화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 위기국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어느 기업이던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며 자본주의는 투자자의 뜻을 존중하는 사회다.
유래 없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 막막하기는 마찬가질 큰 형님에게 사회적 책임만을 강요하는 것도 능사는 아닌 듯 싶다.
오성민 기자 nickioh@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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