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곡물생산국 미국이 올해 곡물 경작지 면적을 대폭 줄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곡물가격이 급등해 개발도상국이 2차 식량파동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 농무부(USDA)는 농작전망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곡물 경작 면적이 지난해 253만 에이커에서 올해 246만 에이커로 2.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품목별로는 옥수수 경작지가 8499만 에어커로 지난해보다 1.2% 줄고 밀과 목화 경작지도 각각 5863만 에어커, 881만 에이커로 지난해보다 7.1%, 6.9%씩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다. 전망대로라면 목화 경작지는 26년만에 가장 적은 면적이 된다.
반면 대두는 7602만 에이커로 지난해보다 0.4% 늘어날 전망이다. 대두가 옥수수보다 비료가 덜 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사탕수수와 보리는 경작 면적이 줄고 쌀과 귀리 재배 면적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곡물지수동향 | ||
유엔식량농업기구(FAO) |
하지만 미국 곡물 수출량을 감안하면 미국의 경작 면적 감소는 곧바로 곡물 가격 급등을 불러올 수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2005년 신재생에너지로 에탄올이 각광받고 개발도상국의 곡물 수요가 급증하면서 곡물 가격이 크게 오르자 경작 면적을 대폭 늘려 글로벌 곡물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은 전세계 옥수수 수요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고 대두도 전체의 3분의 1을 미국이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밀 생산량도 전체의 5분의 1에 달한다.
루이스 하거든 JP모건 상품투자전략가는 "당분간 옥수수는 부셸(약 27kg)당 4 달러, 밀은 5달러 이상, 대두는 9~10 달러선으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31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은 5.1달러로 변동이 없었지만 옥수수(3.9 달러)와 대두(9.4 달러)는 전날에 비해 1%, 4%씩 올랐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역시 식량파동의 재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전했다. 자크 디오프 FAO 사무총장은 방콕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곡물 가격에 취약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들이 지난해에 이은 2차 식량파동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최근 곡물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기아인구가 더 늘고 있으며 현재의 식량위기는 금융위기로 인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FAO의 통계에 따르면 식량 가격 상승으로 세계의 기아 인구가 2007년 9억6300만명에서 올해 10억명을 돌파했으며 이 중 3분의 2가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공급 부족과 투기 급증, 개발도상국 수요 증가 및 바이오 연료 활성화로 옥수수 및 쌀값이 급등한 지난 2007년과 2008년 당시 아프리카와 아시아,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서는 폭동과 시위가 빈발했다.
올해 곡물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서는 크게 떨어졌지만 지난 2005년에 비해서는 27%나 높은 가격이다.
또 경작지 감소와 기후변화로 올 한 해 전세계 곡물 생산량이 줄어 방글라데시, 하이티, 짐바브웨를 포함한 32개국이 식량원조를 받을 것으로 FAO는 내다봤다.
중국이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대규모 농업투자를 벌이고는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농업 대출이 더욱 어려워져 곡물 생산량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분석했다.
요아힘 폰 브라운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 이사는 "글로벌 신용경색과 불확실한 경제상황으로 올해 개발도상국의 농업부문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오프 FAO 사무총장 역시 "식량 부족 국가들의 경우 글로벌 신용경색 여파로 식량 수입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도 어렵고 소규모 농업인들을 위한 대출마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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