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인사인 경북 경주 정수성 후보 사퇴압력 파문이 일면서 한나라당이 4·29재보선을 앞두고 두 쪽이 날 위기에 처했다.
‘침묵행보’를 이어온 박근혜 전 대표가 파문의 당사자이자 친이계 수장인 이상득 의원을 겨냥, “우리 정치의 수치”라고 맹성토 했다.
평소 조심스러운 그의 언사를 감안하면 이는 재보선 공천문제를 둘러싼 친이-친박 간 전면전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현재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는 정 후보 사퇴압력 파문이 재보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쉬쉬하는 분위기다.
친이계 핵심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2일 “박 전 대표가 정씨를 전면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한 상황도 아닌데 당내 갈등이 확산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또한 ‘건들지만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방침에 묻어가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분노’는 정종복 전 의원 경주공천 등 그간 당주류에 못마땅했던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현재는 ‘박연차 파문’으로 허태열, 김학송 의원 등 대부분 친박계 의원들이 조사받고 있는 민감한 상황이다.
박 전 대표의 경우 그간 재보선에서 당에 승리를 안겨다줘 ‘선거의 여인’이라는 별칭이 붙은 거물이다. 평소엔 조용해도 단 한마디로 정국흐름을 바꿔놓을 만큼 그의 언사는 큰 영향력도 발휘한다.
이번 파문의 경우 단순한 ‘계기’에 불과하다. 진위여부를 떠나 친박계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효과를 발휘, 재보선이 다가올수록 내분 수위가 점차 높아지리라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무소속인 정수성 후보와 한나라당 정종복 전 의원이 과열경쟁을 벌일 수 있고, 당내 갈등의 불씨도 되살아날 수도 있다.
또한 파문의 진위여부가 가려지는 대로 당 역학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날 “사소하게 보이는 일이라도 계파간 전면전의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를 표했다.
이와 관련, 최진 대통령 리더십 연구소장은 향후 친이-친박 진영 간 관계에 대해 “이미 떠오른 태양과 떠오르고 있는 태양의 역학관계 때문에 결코 공존하기 쉽지 않다”며 “서로 보완하면 큰 시너지를 발휘하지만 같이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광석 기자 novus@ajnews.co.kr
<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