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따른 도발 움직임으로 백령도 등 서해 5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도발 시기는 오는 중순쯤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에 따라 대북감시태세와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한편, 국제공조를 통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세울 카드는 현 상태로선 여의치 않아 당분간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이 서해 경비정과 해안포부대에 평시보다 2배 이상의 탄약을 비축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군이 서해함대사령부 예하부대 소속 경비정을 비롯한 주요 해안포부대에 평시보다 2배 이상의 실탄과 포탄을 구비하도록 지시한 첩보가 입수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북한이 서해 경비정과 해안포부대에 탄약 비축을 지시했다는 첩보는 서해상의 무력 도발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북한은 이달 말까지 서해 1곳, 7월 말까지 서해 서한만 2곳 등에 항해금지구역을 선포했으며 감청을 의식한 듯 북한군의 통신 횟수가 평소의 절반 이하로 급감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는 “북한이 서해에 항해금지구역을 선포한 것은 통상적인 군사훈련일 수도 있다”면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주 평양 인근의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화물열차에 탑재돼 이동한 ICBM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새 미사일기지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8년 전부터 건설해온 동창리 기지에는 10층 높이의 발사대가 세워져 있으며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미사일 발사장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파악돼 제3차 연평해전이 다시 6월에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부 당국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1~2일 사이에 북한이 도발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ICBM 발사 준비와 관련해서도 이르면 2주일 뒤쯤에 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주 뒤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강력한 대북 제재도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안보리에서 논의 중인 금융계좌 동결을 비롯한 북핵 제재안 내용에 촉각을 세우고 있으며 국방부는 도발이 감행되면 현장에서 종결한다는 지침에 따라 일선 부대 중심으로 대비책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으며 당장으로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방법인 금융이나 무역 제재가 최선일 것이라고 조언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국제사회의 제재움직임을 지켜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며 “금융 제재 등의 방법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 도발 시기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먼저 카드를 내놨기 때문에 그 효과를 지켜볼 것”이라며 “당분간 냉각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해 당장 무력 도발이 감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보람 기자 bora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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