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 가구 지출 21만9000원 늘어... "소득증가 뒷받침 안돼" 회의론도
부진했던 민간 소비가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이다.
특히 고소득층이 전체 민간 소비 증가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소득 증가가 뒷바침되지 않고 있고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면 소비 증가가 계속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9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상위 10% 가구의 전분기 대비 소비지출액은 396만9000원으로 전분기 375만원에 비해 21만9000원 증가했다.
증가율로는 5.8%로 2007년 1분기(7.1%) 이후 최고치다.
상위 10% 가구 소비는 지난해 1분기 418만4000원을 정점으로 한 뒤 3분기만에 소비지출이 11%나 줄었는데 1분기만에 감소율의 절반 이상을 회복한 것이다.
9분위 가구(상위 10~20%)의 소비 증가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 계층의 1분위 소비지출액은 296만9000원으로 전분기 276만8000원에 비해 7.3% 증가했다.
7분위와 8분위 역시 전분기에 견줘 소비지출 증가율이 각각 3.5%, 4.7%에 이르러 전체 평균 3.3%를 웃돌았다.
주로 고소득층의 소비 지출이 전체 소비를 이끌어 온 셈이다.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액은 213만7000원으로 지난해 4분기 206만9000원보다 6만8000원 늘어, 1분기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민간 소비가 점차 살아나는 모습은 시장에서도 감지됐다.
지난달 신용카드 국내승인액은 전년동월에 비해 8.7% 증가했고,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은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고소득층의 지출 비중이 높은 백화점은 1년 전 같은 달에 견줘 3월 1.9%, 4월 2.8%, 5월 5.4% 늘어나는 등 점차 증가폭을 확대하고 있다.
휘발유 판매량도 4월 0.3% 감소하더니 5월들어 10.1% 증가로 전환했다.
재정부는 "환율하락과 주가상승 등 금융시장 안정으로 소비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5를 기록해 기준치(100)을 넘었고 선행지수인 소비자기대지수는 82.5로 전월(76.6)에 비해 5.9 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이런 민간 소비 증가가 계속될지는 의문이다. 실질적인 소득 증가 없이 심리적인 영향으로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분기 전체 가계의 평균 소득은 347만6000원으로 전분기(340만4000원)에 비해 2.1% 증가한 데 그쳤다.
소득 증가율보다 소비 증가율이 더욱 높았다는 것이다.
10분위 계층을 제외한 고소득층 역시 소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10분위 계층만이 소득 증가율(8.6%)이 소비 증가율(5.8%)을 넘어섰다.
이는 대부분의 고소득층 가계에서 가계 수지 흑자폭이 줄어들었거나 저축을 줄여 소비를 했다는 뜻이다.
또한 계절적 요인을 봤을 때 소비가 증가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돼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근로자 수당지급, 세금 환급, 명절 등의 이유로 1분기가 다른 분기에 비해 기본적으로 소득과 지출이 높게 나온다"며 "2분기에는 전분기에 견줘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