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여름 제주도, 나는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놓고 출근 준비 중이다. 전날 옥상 태양광 전지판을 통해 모아둔 전기이기 때문에 요금걱정은 없다. 전기차를 타고 출근길에 나선다. 지난밤 주차장 플러그에 꽂아둔 내 차는 전기요금이 가장 싼 시간대에 충전돼 있기 때문에 오늘 일정 상 오랜 시간 운전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경 쓸 것은 없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세탁기를 돌리기 위해 집에 설치된 미터기를 확인했다. 전력사용량이 적은 시간대라서 그런지 요금은 낮 시간대에 비해 kWh당 100원 정도 저렴하다. 이때다 싶어 세탁기에 옷을 던져 넣고 저녁 준비를 하러 간다. 오늘 하루도 전기 아껴 부자가 된 기분이다.
상상만으로 그칠 것 같은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똑똑한 전력소비를 돕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 시대가 본격화되면 이 같은 가상이 현실이 된다.
현재 사용하는 전력체계에서는 에너지를 제대로 유통 관리하는 경로와 기술이 부족해 한 곳에서는 전력이 부족하고 다른 곳에서는 전력이 남아도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또한 전력 저장 기술이 없어 필요하지 않아도 만약을 위해 계속 생산해야 한다.
일단 스마트그리드 체계가 갖춰지면 산업 전반에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에너지를 아낄 수 있게 되고 전력시설 또한 더 이상 짓지 않아도 된다. 또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상용화되면 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우선 어디서나 사용한 전기요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전기 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엔 전기요금이 비싸고 밤 시간대엔 요금이 저렴한 특징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태양광 및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저장해 뒀다가 전기요금이 비싼 시간대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에 되팔 수도 있다. 지식경제부는 2030년까지 국내 관련 시장만 6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노후 전력망 교체 사업과 설비 시장, 자동차 인프라 시설과 가전제품 부품 등 파생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이것이 스마트그리드를 혁명으로 부르는 이유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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