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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제프리는 해외 금융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금융업계에 이렇게 조언했다.
이 회사가 홍콩에 진출한 지 10년도 안 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인수ㆍ합병(M&A)을 통한 현지화 덕분이란 이야기다.
스테이시 왕(사진) 파이퍼제프리 아시아 IB 총괄책임자는 "한국 금융사가 홍콩에서 성공하려면 현지화와 함께 투자 범위와 형태를 구체화해야 한다"며 "이곳에서 뚜렷한 목표 없는 도전은 무모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사가 홍콩에 처음 진출한 것은 40년이 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지 기업과 원활하게 교류하는 곳은 거의 없다. 홍콩 소재 국내 기업과 교민을 상대로 소규모 대출이나 예탁 업무를 수행하는 게 고작이다.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사 해외법인은 인력 대부분을 현지인 채용이 아닌 본사 파견으로 채우고 있다. 대개 3년을 주기로 순환근무하는 형태라 전문성도 떨어진다.
본사 승인 없인 어떤 사업도 추진할 수 없다. 해외 경쟁사보다 사업 효율성이 열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왕 총괄책임자는 "2002년 설립된 현지 금융기관인 골드본드캐피털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며 "IB와 리서치, 세일즈를 담당해 온 현지 전문인력을 대거 준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파이퍼제프리는 홍콩에 뿌리를 내린 지 7년밖에 안 됐다.
이런 짧은 기간에도 성과는 눈부시다. 2008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은 5.31%에 달했다. 자본 규모 210억 달러로 세계적인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1895년 설립된 파이퍼제프리는 홍콩과 중국을 중심으로 중견기업을 상대로 한 IPO와 M&A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8400만 달러를 넘었다. 미국과 영국, 아시아 지역에 모두 29개 사무소를 두고 있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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