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경기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가격변동성 또한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다.
유가 상승은 세계경제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로 작용한다. 특히 해외 자원의존도가 높고 자원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자원공급난이 발생하면 커다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원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의 한계점
우리나라는 석유수입 세계 4위, 국민 1인당 석유소비량 세계 7위의 나라다.
미국, 일본, 독일에 이은 세계4위의 석유수입국으로 전체 수입액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31개 OECD국가 중 9번째로 높다.
에너지 소비효율도 낮다. 에너지 소비효율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되는 에너지원단위(에너지 소비량/GDP)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이다.
그만큼 자원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자원 다소비형 산업으로 분류되는 화학, 철강, 그리고 시멘트와 같은 비금속광물 산업이 전체 GDP의 9.3%를 차지할 정도다.
◆ 수요회복 기대감, 달러화 약세…유가 상승세 전환
지난 2월 33달러(WTI기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안정과 세계경제 침체속도 둔화로 다시 70달러 수준까지 상승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도 연초(44달러)보다 약 1.6배 상승한 68달러까지 올랐다.
내년 세계경제도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회복은 석유수요를 증가시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유가상승을 촉발할 또 다른 변수도 감지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투기성 거래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달러화 약세정책도 유가상승의 중요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국제원유시장에는 유가 상승세를 꺾을 변수들도 존재한다.
지난 2분기 말 기준으로 OECD국가의 석유재고량은 약 27억7000만 배럴에 달한다.
미국 상업용 원유재고량도 3억5000만 배럴(8월말 기준)에 달해 재고량이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기존의 석유 메이저사들이 진행해 온 대형 유전개발 사업도 큰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상승에 따른 세계경기 회복침체로 원유수요가 더욱 감소할 것에 대비해 원유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유가상승을 더디게 할 요인 중 하나다.
이문배 에경연 에너지시장분석실장은 “올해 전세계 석유가스산업의 상류부문에 대한 투자가 전년대비 약 1000억 달러 감소했고, 비OPEC국가들의 감산율도 높아지고 있다”며 “중기적 관점에서 국제유가는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시대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 자원개발 확대 및 소싱 능력 제고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에 대비해 해외 자원개발을 확대하고 공급측면에서도 소싱(Sourcing) 능력을 제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와 비슷하게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낮은 에너지 소비효율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는 중국의 경우 국제 석유시장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러시아 등의 유전개발 및 투자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05년 96억 달러에 불과했던 해외기업 인수∙합병 규모가 2008년에는 478억 달러까지 늘었다.
인수∙합병 대상도 에너지 및 자원관련 업종이 전체의 25.4%를 차지해 금융업종(25.8%)와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정부는 또 진출 대상국의 자원관련 인프라 구축과 산업단지 및 발전설비 건설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안보 차원의 중장기 에너지자원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를위해 먼저 해외 자원외교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처럼 정부차원의 에너지, 원자재 등에 대한 저렴한 공급처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안정적인 자원공급을 위해 공급측면의 소싱(Sourcing) 능력 재고도 필요하다.
특히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에너지 기술에 대한 지원 및 투자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산업구조로의 전환도 요구된다.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노력도 절실하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금은 단기적인 자원위기 상황과 달리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자원부족 시기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재생에너지, 녹색성장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복합적인 장기 마스터플랜을 구축해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등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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