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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공연에 빠지다 '2009서울국제공연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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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05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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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3일부터 11월 21일까지 서울 곳곳서

무용수 1명만이 등장하여 환상적 무대를 선보이고, 고뇌하는 햄릿은 신명나는 살풀이 굿판을 벌인다. 또 축구공 없이 몸짓만으로 축구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21세기 공연 예술계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장르가 크로스오버 되는 것은 물론, 애니메이션․영상 미디어 같은 디지털이 결합한다. 이러한 진화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축제가 판을 벌인다.


2009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10월 13일부터 11월 21일까지 40일 동안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명동예술극장․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다. ‘아날로그(Analog) & 디지로그(Digilog)’라는 주제로, 12개국 40여개의 작품이 참가한다.

◆디지로그를 들여다보다

아날로그적인 연극이나 무용에 홀로그램․영화와 같은 디지털이 결합한 디지로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캐나다의 '노만'(복합장르)
 
복합장르로 분류된 캐나다의 ‘노만’(노만 맥라렌을 위한 헌정,10월 26~27일)은 1명의 무용수가 홀로그램을 이용하여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든다. 연극과 무용, 영상을 접목시킨 캐나다 애니메이션의 거장 노만 맥라렌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15세부터 80세까지 다양한 세대의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호주무용 ‘디 에이지’(10월 30~31일)는 각 세대의 평범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갈등, 가족의 개념 등을 보여준다. 특히 각 세대의 생활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80여 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들려주는데, 이 때 무대 위 무용수들의 립싱크와 마임이 인상적이다.

러시아의 연극 ‘모스크바․사이코’(11월 9~11일)는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를 이용하여 현대 사회의 폭력과 광기를 21세기 모스크바를 배경으로 폭로한다. 무대 위 카메라맨에 의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연극 장면들이 영화 사이코의 장면들과 스크린에 교차 상영된다. 또한 록밴드의 음악이 라이브로 연주되기도 한다.

◆베세토(BeSeTo)에 가다 

   
중국의 천극 '불타는 산'
 
베이징(Be)․서울(Se)․도쿄(To)의 연극인들이 모여 교류하고 동양 연극의 개성과 그 예술적 가능성을 추구하는 ‘베세토 연극제’가 축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천극 ‘불타는 산’(10월 20~21일)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연된다. 천극은 곤극․경극과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전통극의 한 갈래로 춤이나 노래보다 연기에 중점을 둔 세련된 연출기법이 돋보인다 . ‘서유기’의 한 에피소드를 변검․토화(불쇼)와 함께 보여준다.

서울시극단의 ‘다윈의 거북이’(10월 13~11월 1일)는 다윈 탄생 200주년․‘종의 기원’ 출판 150주년 기념작이다. 찰스 다윈이 1836년 갈라파고스에서 나왔을 때 함께 가지고 왔던 ‘헤리엇’이라는 거북이를 소재로 유럽 역사의 이면을 파헤친다. 이 공연은 시극단의 ‘세계현대연극시리즈’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1994년 초연된 일본의 연극 ‘도쿄노트’(10월 18~19일)는 미술관을 배경으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가족의 인간관계가 서서히 붕괴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일본 연극계 최고 권위의 기시다쿠니오 희곡상 수상작으로, 지금까지 10개 국어로 번역되었다. 한국에서는 2003년 극단 파크가 각색하여 ‘서울노트’로 공연된 바 있다.

◆3색의 햄릿과 만나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2009년 이탈리아 비평가 상을 수상한 로베르토 바치의 연극 ‘햄릿-육신의 고요’(11월 14~15일)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에 새로운 질문을 제기한다. 가면을 쓴 6명의 결투자들이 스토리를 이끌어가며 하나의 배역에 머무르지 않고 왕․왕비․유령․오필리아 등을 넘나든다. 이들은 햄릿이 그의 운명을 반복하게 만들고 결국은 막다른 곳으로 내몬다.

극단 여행자의 연극 ‘햄릿’(10월 30일~11월 8일)은 샤머니즘인 굿을 도입해 한국적 햄릿을 그린다. 복수와 음모로 가득 찬 인물들의 한을 달래고, 음악과 무대․의상 등에 한국적 색을 입혀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모색한다.

극단 미추의 ‘철종 13년의 셰익스피어’(10월 19~23일)는 ‘오셀로’ ‘햄릿’ ‘리어왕’ 등에 등장하는 명대사들을 엮어 만든 ‘템포우 12년의 셰익스피어’(이노우에 히사시 작)를 한국 상황에 맞게 각색했다. 37편의 작품이 등장하지만 탄탄한 줄거리와 유기적 인과 관계로 짜임새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색다른 세계를 경험하다

세계 공연예술의 현주소와 실험정신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노르웨이의 무용 '축구예찬'
 
축구를 무용화한 노르웨이의 ‘축구예찬’(11월 20~21일)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분야에 유머까지 첨가했다. 무대 위의 선수들은 끊임없이 달리고 드리블을 하고 슛을 하면서 경기장을 누빈다. 여기에 음향과 조명, 무용수들의 과장된 몸짓이 더해져 축구장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선수들의 연습 과정이나 지친 모습들이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익살스럽게 표현되고, 경기를 마친 후 나체로 조명 아래서 샤워하는 장면은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음악․현대무용․연극이 어우러진 댄스씨어터 창의 ‘미친 백조의 호수’(11월 14~15일)는 이번 예술제에 초연되는 작품이다. ‘환경 파괴의 주범은 인간이다’라는 주제로, 춤추는 백조의 가면 속에 숨겨진 환경파괴의 얼굴을 인간의 몸짓을 통해 표현한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폴란드 연극 ‘옛날 옛적에 폴란드사람, 폴란드사람, 폴란드사람 그리고 악마가 있었네’(11월 5~7일)는 하층민의 유머와 개그로 현실을 비꼰다. 가래침 뱉기․전신에 오일 바르기․비명 지르기 등의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행동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사회 현실을 블랙코미디로 비틀어 바라본다. 

아주경제= 이정아 기자 ljapcc@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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