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더블딥(이중침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각별한 글로벌 주요기업 수장들이 잇따라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최근 연이어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 경제 수장들은 더블딥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들 역시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HSBC·GE 등 더블딥 경고 잇따라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이클 게이건(Geoghegan) HSBC 최고경영자(CEO)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개월 안에 2차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사업확장을 미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경기 회복세가 V자 모형을 띨 지, W자 모형을 띨 지 묻는다면 후자라고 답하겠다"며 "너무 빠른 성장세는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게이건은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HSBC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앞으로 수익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제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의 미국 밖 사업을 도맡고 있는 내니 베칼리 GE인터내셔널 대표도 "각국 정부가 세계 경제를 수렁으로 다시 몰아넣지 않으려면 경기부양책을 너무 빨리 거둬들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주요 국가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쏟아낸 자금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출구전략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베칼리는 이어 "중국이 경기부양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는데 적기인지 의문"이라며 "중국의 성장세는 결국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베칼리가 지난 3월 인터뷰에서 주요기업 대표로는 처음으로 "희망의 빛"을 언급했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그의 입장 변화에 주목했다.
유럽 최대 사모펀드 가운데 하나인 악사프라이빗에쿼티의 도미니크 세네퀴에 CEO도 부실한 경기회복세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산소호흡기로 연명해온 세계 경제가 지금이라고 산소호흡기 없이 생존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출구전략 시기상조론도 더블딥 우려 반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등 최근 잇따라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한 글로벌 경제 수장들은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며 경기부양책을 유지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신문은 각국 정부의 이런 선택이 결국 더블딥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공급한 자금을 제 때 흡수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등 향후 위기의 씨앗을 키울 수 있고 성급한 출구전략은 더블딥을 불러올 수 있다는 딜레마 속에 더블딥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는 설명이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 역시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는 3일 세계은행·IMF 연차 총회가 열린 이스탄불에서 가진 TV 토론에서 "더블딥이 핵심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더블딥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칸 총재는 출구전략 시행도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경제의 성장속도는 금융위기 이전보다 둔화될 것"이라며 "성급한 출구전략 시행은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불안 요소들은 곳곳에 산적해 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게 미국의 실업률이다. 미국 실업률은 8월 9.7%에서 지난달 9.8%로 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6년래 최고치로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4일 ABC방송에 나와 미국의 실업률이 10%대를 넘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실업자 수는 끔찍한 수준"이라며 "특히 지난 6개월간 실업자 수가 500만명에 달했다는 점이 크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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