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거래소 관계자는 향후 소속부제 등급인 프리미어를 활용한 새로운 지수개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 내 새로운 지수는 금융위 허가 없이 거래소가 독자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현재 확실한 계획이 마련된 것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금융위 반대로 소속부제 추진은 중단된 상태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프리미어 지수를 만드는 것은 거래소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다”면서도 “지수를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소속부제는 도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 관계자는 “거래소 측은 지난 1월 소속부제라는 아이디어만 내놓고 무작정 허가해 달라고 하고 있다”며 “소속부도 처음엔 3등급으로 나눴다가 나중엔 2등급으로 바꾸는 등 여전히 구체적인 부분이 정리가 덜 된 상태다”고 전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상위 등급에서 소외된 800개 코스닥 상장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 못한 채 정책을 허가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금융위 측은 지난달 25일에도 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할 주식을 거래소가 소속부제를 통해 자의적으로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을 선별하면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소속부제란 코스닥 상장법인을 프리미어, 비전, 제너럴 등 3등급으로 구분해 우량기업과 일반기업을 차등화 하는 기업등급제다.
거래소는 코스닥 재도약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연구용역을 통해 현재의 일반·벤처 시장을 프리미어(우량)그룹, 비전(성장)그룹, 일반그룹 등 3개로 구분키로 하고 올해 3분기 내 도입키로 한 바 있다.
프리미어와 비전그룹에 속할 기업을 각각 100여개씩 골라 일종의 ‘우등반’처럼 따로 관리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양 기관 간 기(氣)싸움 ‘내재된 갈등’ 때문?
일각에선 코스닥시장 소속부제를 둘러싼 증권업계 핵심 기관인 양 기관 사이 기(氣)싸움엔 이정환 이사장과 정부 사이 내제된 갈등 때문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소속부제는 이정환 거래소 이사장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화두로 제시할 정도로 강력하게 추진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즉, 이정환 이사장이 거래소 자리에 있는 한 당국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을 밀어내고 올 3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취임한 이정환 이사장을 당국이 달갑게 보겠느냐”며 “게다가 이정환 이사장은 정부의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해왔기 때문에 모르긴 해도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이정환 이사장은 지난 3월19일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될 경우 사임하겠다며 조건부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관측에 양 기관은 모두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위 반대로 소속부제 진행이 모두 정지된 것은 사실이나 이를 이정환 이사장과 정부와의 갈등으로 인한 결과로 판단하는 것은 확대해석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금융위원회는 소속부제라는 정책만 두고 판단할 뿐”이라며 “거래소 이사장과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일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증권업계 “양 기관 스스로 신뢰만 깎아”
정작 증권업계는 양 기관이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은 소속부제로 괜한 알력 싸움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 관계자는 “소속부제를 실제 시행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효과에 대해서 정확히 판단할 순 없다”면서도 “현재투자자가 종목을 선택하는데 있어 큰 변수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속부제 효과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자에겐 두 기관의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느냐”며 “두 기관이 의미 없는 기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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