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가치가 연일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참여자들은 추가적인 달러 약세를 예상하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
최근 달러 하락세를 부추기는 주요 요인들로 캐리트레이드와 세계 중앙은행들의 달러분산투자를 들 수 있다.
캐리트레이드는 투자자들이 저금리 통화를 차입하여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각하고 고금리 통화자산에 재투자하는 외환거래전략이다. 초저금리인 달러가 캐리트레이드의 자금조달 통화로 활용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스위스 프랑, 일본 엔화가 저금리 통화로 여겼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상 유례 없는 통화팽창정책을 시행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에 달러가 넘쳐나 현재는 달러화가 저금리 통화로 간주된다.
외환투자자들은 캐리트레이드를 집행하기 위해 저금리인 달러를 차입해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제로금리 통화정책이 종식되지 않는 한 현재의 달러약세는 계속될 것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지만 회복속도가 완만하여 본격적인 회복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기간 동안은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초저금리 통화정책 종결은 요원한 것 같다.
다음으로 달러 약세 요인은 최근 세계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의 달러편입 비중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 2분기에 각국 중앙들은 외환보유고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신규 매입액의 37%만 달러화로, 나머지 63%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의 순으로 구성했다.
1999년 유로화 출범이후 달러매입규모가 40%이하로 하락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의 63%를 달러로 보유하고 있으며 27%는 유로화로, 나머지는 파운드와 엔화로 보유하고 있다.
1999년에만 하더라도 외환보유고 가운데 달러화 비중이 72%이었음을 감안해볼 때 달러화의 위상이 크게 떨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향후 각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분산투자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중앙은행의 달러 분산투자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클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중앙은행의 분산투자패턴을 받아들여 포트폴리오에서 달러화의 편입비중을 줄이고 있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공공기간과 민간 금융기관도 달러분산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 10년 이내에 세계 외환보유액중에서 달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초저금리 정책시행에 따른 캐리트레이드의 자금조달 통화로서 달러화의 사용과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달러분산투자로 인한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달러 약세추세가 불가피하다.
다만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달러화 매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달러 가치의 폭락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외환시장을 둘러 싼 제반여건은 점진적인 달러 가치 하락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업, 금융기관, 정책당국자도 달러 하락 추세 가능성에 대비하는 외화자금 조달 및 운용시나리오를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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