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 가치 하락 및 금 값 상승 등으로 한국은행이 외화자산 다변화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외화보유액 중 달러화 자산 비중을 조금씩 축소하고 외화자산 구성을 다양화 할 방침이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로 미 달러화가 유로화·엔화·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에 비해 가치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1600원대 진입을 시도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내 급락하며 10월 들어서는 12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 엔화에 대비해서도 지난해 110엔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에는 80엔대까지 하락했다. 지난 2월 1.27달러를 기록하던 달러·유로 환율 역시 20일 현재 1.496달러로 1.5달러대 진입을 면전에 뒀다.
또 미국의 초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기세인 데다 장기적으로 달러화의 위상 및 가치가 이전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해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가치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9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화보유액은 2542억5000만 달러로, 이 중 64.5%(지난해 말 기준)가 달러화 표시 자산이다.
외화보유액 다변화 논의는 금 보유량 확충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1999년 온즈당 253달러에 불과했던 금값은 2006년 말 637달러, 2008년 말 882달러로 빠르게 상승한 뒤 지난 13일 1064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한은의 금 보유량은(8000만 달러, 0.03%)로 미국(8133.5톤, 78.3%), 프랑스(2450.7톤, 73.0%), 독일(3412.6톤, 69.5%), 네덜란드(612.5톤, 61.4%) 등 구미 선진국 중앙은행의 25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금 비중은 세계 56위다.
상황이 이렇제 한은 내외부에서 금 비중을 늘리는 등 외화자산을 다변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가 위태로운 달러화를 대신해 금 보유량을 늘려 외화자산 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열린 한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한은이 보유한 금 보유량은 국제적 기준으로 굉장히 낮은 수준이며, 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외화자산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재현 민주당 의원도 "한은을 포함한 모두가 외화자산 다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당장 금 보유량을 급격히 늘릴 필요는 없지만, 자산 구성의 균형은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은은 금의 가격 변동성이 큰 데다 비상시 현금 자산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고, 자산운용 수익도 얻을 수 없어 고민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화자산은 유사시 대외 지급결제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한 자금으로 수익성을 쫓거나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 투자해서는 안 된다"며 "만약 세계 경제가 다시 어려워져 다시 달러를 구하기 어려워질 경우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에 투자하는 것은 택지를 구입한 뒤 재개발 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현재로서는 외화자산을 금 등으로 다변화 할 지 안할 지 확언할 수 없지만 뒷북을 치지 않는 정도로 천천히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그동안 금 보유량 확충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금 보유 확충의 장ㆍ단점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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