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아웃소싱업계가 12억 내수시장 공략에 나섰다. 경기침체로 글로벌 기업들이 비용절감에 나서면서 일감이 줄어든 데다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시장의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기업들을 상대하며 눈높이가 높아진 인도 아웃소싱기업들이 낮은 가격에 익숙한 현지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4일자 최신호에서 수출에 주력하던 인도 아웃소싱업계가 내수시장 선점 경쟁에 나섰다고 전했다.
◇"10년 내 18% 성장"…안방시장 선점 경쟁 치열
IT기업 중심의 인도 아웃소싱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우수한 기술력, 유창한 영어능력 등을 기반으로 글로벌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이들은 국내에서 1 달러를 버는 동안 해외에서는 3.75 달러를 거둬들이고 있다. 인도 최대 IT업체 인포시스테크놀로지스만 해도 전체 매출 가운데 국내 매출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이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게 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인도소프트웨어산업협회(나스콤ㆍNASSCOM)은 전 세계 IT아웃소싱시장 규모가 2010년 3월까지 4~7% 성장하는 데 비해 인도시장은 15~18%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의 비핵심 부문을 대행하는 비즈니스프로세스아웃소싱(BPO)시장 규모는 지난해 전 세계에 결쳐 5000억 달러에 달했다. 인도시장 규모는 120억 달러로 아직 미미하지만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 맥킨지앤코(McKinsey&Co)는 오는 2020년까지 인도 BPO시장 규모가 950억 달러로 늘어 글로벌시장(6400억 달러)의 15%를 점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 IT기업들도 인도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들은 이미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IT사업에 참여하면서 안방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타타컨설팅서비스(TCS)는 여권 발행 전자화 사업을 도맡았고 인포시스는 기업 연말정산 자동화 사업을 따냈다.
◇민간기업 '소화불량'은 부담
문제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민간부문이다. 부진한 해외 매출을 메우기 위해 국내시장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류 기업들을 상대해 온 인도 IT기업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많다. 성장 초기인 인도 기업들에게 불필요하게 정교한 기술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인도 소매업체인 쇼퍼즈스톱의 아룬 굽타 회장은 지난 2월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해외에서 성공한 유명 IT기업들이 인도 현지 기업들로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기술을 억지로 도입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IT기업들이 매출을 올리려면 고객들의 쇼핑 패턴과 동선을 파악하는 비디오 장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권하지만 그런 장비는 마진이 적은 인도 소매업체들에는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결제 통화도 골칫거리다. 인도 아웃소싱기업들은 주로 미국 달러화로 결제해 왔지만 인도에서는 루피화로 결제해야 한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1 달러는 45 루피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의 주요국 구매력 평가에 따르면 인도 구매력은 미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때문에 미 달러화로 책정된 가격을 인도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인도 IT기업들이 불필요한 기술을 강요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인도 고객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컨설팅업체인 스프링보드리서치의 수디프 샤하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기업들은 인도 IT기업들이 엄격한 계약규정에 따라 해외시장에 제공하던 것 이상의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기업들이 인도 수준의 낮은 가격을 요구하면서도 '마술과 같은 재주(magic touch)'를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기업들의 서비스 기대 수준이 높아진 것은 유수의 글로벌 IT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IBM만 해도 인도 중소도시 14곳에 서비스센터를 운영하며 기업 고객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진출·업무단순화 등 체질개선 움직임도
이코노미스트는 안방시장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는 인도 아웃소싱기업들이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시장을 우습게 보지 말고 좀 더 높은 수준에서 인도 IT시장의 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기업을 상대로 했던 것처럼 보수유지나 기술 업그레이드 등 단순 업무에 집중하기보다는 인도 전체의 IT 기반 구축에 도움을 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인도 IT기업들의 지방 진출에서 체질 개선 움직임이 엿보이기도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안방시장에 무난히 안착한 인도 IT기업들이 지방 진출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뭄바이나 방갈로르 등 대도시를 벗어나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가 싼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포시스나 와이프로의 경우 최근 연간 30%의 성장을 목표로 지방에 사무실을 내고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업무도 단순화하고 있다. IT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인도 아웃소싱기업들 사이에서는 채권추심이나 고객 불만 접수 등을 위한 콜센터 설립이 한창이다. 아웃소싱을 의뢰하는 인도 기업들이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지 않을 뿐더러 지방에서는 전문 인력을 구하기도 여의치 않은 탓이다.
신문은 그러나 인도 아웃소싱기업들이 지방에 진출하는 데는 문화적 차이가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인도의 대도시에서는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방에서는 고용에 앞서 부모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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