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나카르타는 영국 존 왕(1199~1216년)이 자신의 권력을 귀족들에게 일정 부문 양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존 왕이 러니미드 초원에서 양피지 재질의 문서에 옥새를 찍던 날, 영국은 새로 태어났다.
이런 이유로 마그나카르타는 영국 신사도로 대표되는 페어플레이 정신이자 화해의 표상이다.
최근 한국전력을 비롯한 포스코, 글로비스 등 대형화주와 국적선사 간 불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형화주가 국내 전략화물 시장을 외국 선사에 개방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는 일본·대만 등 해운 강국들이 자국 전력화물 시장을 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만 개방한다는 것은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특히 불황이 길어지고 있어 자국 전력화물 시장마저 외국 선사에 뺏긴다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대형화주도 절실하기는 매한가지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국적선사보다 저렴한 외국선사의 운송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해운업계가 최근 5년의 호황기 동안 운임료 인하에 인색했던 것도 대형화주가 눈을 밖으로 돌리게 하는 이유다.
이웃 나라 일본은 자국 대형선사와 대형화주가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 세계적인 해양 강국으로 거듭났다. 실제로 전 세계 10대 벌크 선사 중 4개가 일본 선사로 전체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의 65.4%를 차지하고 있다.
지금은 대형화주와 국적선사 사이의 양보가 필요할 때다.
대형화주는 외국 선사를 이용해 단기적으로 운송료를 줄일 수 있지만, 외국선사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면 운임이 오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게다가 국민경제에도 손실을 안길 수 있다. 국적선사도 대형화주의 입장을 고려해 운송료 절감 및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마그나카르타가 2009년 한 해 동안 서로에게 큰 상처를 안겨준 대형화주와 국적선사에 말을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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