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는 자신감으로 백악관에 입성한 오바마는 '변화와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변화를 실감하는 이는 많지 않다. 경제난과 보수층의 반발,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이고 있는 전쟁은 미국인들의 희망을 좌절로 바꿔놨다.
외신들은 오바마가 집권 2년차를 맞아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오늘부터 2회에 걸쳐 오바마의 1년을 되짚어 본다.
◇"오바마호(號) 방향타 잘못 잡았다"
오바마가 제시한 '담대한 희망'에 대한 미국인들의 실망감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17일(현지시간)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62%에 달했다. 지난해 4월(48%) 이후 줄곧 오른 것이다. 오바마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도 취임 초기 68%에서 53%로 추락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지난 1년간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47%만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22%는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갤럽과 라스무센 등이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오바마에 대한 지지율은 평균 5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들이 오바마에게 이처럼 박한 점수를 주는 이유는 명확하다. 주요 현안들이 풀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WP-ABC 공동 여론조사에서 경제(26%)와 의료보험개혁(24%), 실업률(13%)을 오바마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러나 갤럽 조사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집권 초기 59%에서 최근 40%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의료보험개혁에 대한 지지율도 44%에서 37%로 하락했다. 두자릿수로 올라선 실업률은 하루이틀된 문제가 아니다.
오바마의 개혁 드라이브가 좌절된 데는 '큰 정부'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과 저항이 큰 몫했다. 특히 건강보험개혁안에 대해 서민층은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백인 보수 및 노년층은 가파른 대립각을 세웠다.
양극화는 집권 초 경기부양법안에서부터 금융개혁ㆍ건강보험ㆍ기후변화법안에 이르기까지 각종 주요법안 표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바마 역시 최근 피플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단합시키는 데 실패했다고 자인했다.
◇"집권 2년차가 더 험난"
오바마는 이날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선거 지원유세에 나섰다.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타계로 공석이 된 이 지역은 케네디가의 고향으로 민주당 텃밭이다.
그러나 19일 선거를 앞두고 오바마는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존 케리 전 대선후보 등 민주당 최고위급 인사가 매사추세츠로 총출동했다.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서퍽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스콧 브라운 후보는 50%의 지지율로 민주당의 마사 코클리 후보를 4%포인트 차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매사추세츠에서 민주당이 상원의석을 잃으면 그 자체가 역사적인 사건이 된다. 상원 절대의석인 60석이 무너져 의료보험개혁 법안이 물거품 될 수도 있다. 의료보험개혁이 좌절되면 오바마의 국정 장악력은 약해질 게 뻔하다.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의원은 "매사추세츠주 특별선거에서 판세가 혼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승패 여부를 떠나 오바마의 의료개혁 법안에 대한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문제도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기부양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재정적자 부담이 너무 큰 게 문제다. 78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쏟아부어 부실기업들을 살려냈지만 여기에 쓰인 돈 가운데 1000억∼2000억 달러는 허공에 날릴 판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구제금융을 받았던 대형은행에 수수료를 부과, 구제금융 자금을 모두 회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보수진영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새 늘어난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지난해 9월 끝난 2009 회계연도 기준 1조4000억 달러에 달했다. 사상 최대치다. 2010 회계연도에도 1조 달러 이상의 적자가 불가피해 보인다.
천문학적인 재정적자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는 추가 경기부양책이나 실업사태 해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부양책이 없는 경기회복 전망은 불투명하다. 3분기 성장률을 플러스로 돌아서게 한 소비지출과 주택부문 투자만 봐도 경기부양책에 따른 것이지 자생적인 탄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일례로 주택건설 부문 지출은 작년 2분기 23.3% 감소했다가 3분기에 23.4%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미 정부가 지난해 11월 말 시한으로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게 8000 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면서 주택경기를 자극한 덕분이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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