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미호기자) "글자(letter) 하나하나를 직접 수집해요. 쓰러져가는 바(Bar)에서 버린 간판은 제 작품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는 거죠 "
세계적인 사진작가 잭 피어슨(Jack Pierson)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유명 패션쇼 화보촬용 때문이 아니다. 4일 국제갤러리에서 처음 선보이는 개인전 때문이다. 주로 유명스타나 패션 모델들의 사진을 찍는 포토그래퍼인 그가 이색적인 '문자 조각'을 들고 나왔다.
4일 세계적인 사진작가 잭 피어슨(Jack Pierson)은 삼청동에 위치한 국제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사진은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피어슨. |
문자 조각은 말 그대로 오래된 간판 등에서 필요한 영어 철자를 떼어, 하나의 단어나 문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각 작품은 피어슨 개인의 기억과 철저히 맞물려 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POLA Negri에요. 유명한 무성영화배우인데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죠. 그 사람의 성격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글자를 모아서 만들었어요"
Heartbreak HOTEL도 유년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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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break Hotel, 2009 Metal and plastic, 64 x 176 inches, 162.6 x 447 cm |
"앨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이 불렀던 heartbreak라는 노래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HOTEL 간판 자체를 그대로 살려 heartbreak의 이미지를 더욱 강조했죠"
1960년 미국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인만큼 그의 개인적인 기억은 '아메리칸 드림'을 연상시킨다. Heartbreak HOTEL 뿐만 아니라 Movie Star, Done-Dope-Died 등의 작품은 글자 그대로 미국 문화를 대변한다.
"Dope은 헤로인이나 마리화나 같은 마약을 가리키는 단어였는데 이제는 쿨(Cool)하다는 의미로 쓰여요. 글자 자체로도 너무 모양이 예쁘고요(웃음)"
그의 작품은 빛바랜 화려함, 잊혀져가는 것에 대한 향수, 스타덤에 대한 갈망을 표상한다. 고물상과 오래된 영화관,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적막한 상점 등에 버려졌을 것 같은 문자를 사용해 감성을 자극한다.
이를 위해 그는 직접 트럭을 몰고 다니며 글자를 수집하기 위해 미국 방방곡곡을 헤맸다. 머릿속의 이미지와 꼭 일치하는 글자를 찾기 위한 고집스러운 그만의 방식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디트로이트에서 발견한 글자에요. 디트로이트는 도시 특성상 점점 죽어가는(going down) 곳이죠. 오래된 레코드가게와 그 곳의 단골들이 자주 가는 플레임 쇼 바(Flame Show Bar)라는 곳에서 글자를 찾았지요. 어둠 속에 묻힐 뻔 한 오래된 간판의 글자들이 제 작품을 통해 부활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드는 거죠"
마지막으로 그는 글자 하나하나의 소재와 질감을 단어의 뜻과 연상시키며 볼 것을 주문했다. 그래야 작품의 내러티브(narrative)를 읽을 수 있다고 전했다.
총 16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는 '잭 피어슨 Jack Pierson : Night'은 다음달 6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린다. 문의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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