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구제안, 하룻만에 약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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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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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재정위기는 '진행형' 우려 확산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유럽연합(EU) 지원대책에 대한 '약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7500억유로(1100조원) 규모의 지원안은 패닉 상태였던 금융시장을 다소 안정시켰지만 대책 발표 하룻만에 시장은 다시 요동칠 기세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며 유럽의 재정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룻만에 '약발' 끝?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듯 11일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는 0.44% 내렸고 일본 도쿄증시 닛케이225지수도 1.14%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90% 추락, 1년만에 최대폭 주저앉았다. 유럽 주요 증시도 이날 2%에 가까운 하락세로 출발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해 이틀째 강세를 보였던 유로화도 결국 약세로 밀려났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이후 최고치인 1.3094달러까지 치솟았지만 1.2787달러로 반락했다. 이날 오전 현재 런던 외환시장에서는 1.2727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1.20달러대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날 아시아 증시가 하락한 것은 중국의 통화긴축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8개월래 최고치인 2.8%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한 탓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EU의 대책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실패한 것도 장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구제금융 지원에 따라 요구되는 재정긴축과 채무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불안 요소로 꼽았다.

야마기시 나가유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투자전략가는 "이번 조치로 한동안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게 됐지만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주변국에 내재된 더 큰 문제는 해결을 유보한 데 불과하다"고 말했다.

소마 쓰토무 오카산증권 수석 매니저도 "EU의 비상조치는 단기적인 위험을 피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유로존에는 여전히 불확실한 요소들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마렉 벨카 IMF 유럽 대표 역시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이번 조치가 금융시장을 다소 안정시키는 효과를 냈다"면서도 "이는 장기 해결책이 아닌 일종의 모르핀"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질적인 치유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그리스와 포르투갈이 여전히 재정적으로 불안정하다며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내비쳤다. 무디스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아직 숲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며 "한 달 안에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그리스의 경우 정크본드 수준인 'Baa' 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며 긴축 과정은 고통스러울 것이고 단기적인 경제 전망은 암울하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포르투갈은 그리스보다 덜 심각하지만 현재 'Aa2'인 등급을 'Aa3'로 한 단계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 방법론 결여
또 다른 문제는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8%에 달하는 7500억유로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담 주체와 시기가 모두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는 독일과 영국, 프랑스가 주도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이 재원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특히 독일과 영국은 여당이 선거에 패하면서 정치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연정은 지난 9일 지방선거에서 져 상원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고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지난 6일 실시된 총선 실패 책임을 지고 총리직과 당수직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독일과 영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럽 정부간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WSJ은 채권시장에 개입하기로 한 유럽중앙은행(ECB)도 구체적인 규모나 시점, 방법론 등은 밝히지 않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ECB 통화정책이사회 멤버인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악셀 베버 총재는 뵈르젠차이퉁과의 회견에서 "ECB를 비롯한 역내 중앙은행들이 유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은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제 과제는 그 위험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하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베버는 국채 매입이 금융시장 및 통화정책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비상조치"임을 상기시키면서 "이것 때문에 (ECB) 통화정책 기조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도 블룸버그TV와 가진 인터뷰에서 ECB의 국채 매입 결정에 통화정책이사회 멤버 22명이 모두 찬성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도 EU 지원책을 2008년 미 재무부가 시행한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 비유하며 조기 집행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리먼브라더스 붕괴 이후 나온 TARP는 미 의회의 승인과 함께 곧바로 집행됐지만 EU의 지원안 가운데 유로존이 부담하는 4400억유로는 각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해 집행에 시간이 필요하다.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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