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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사태가 발생한 직후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했던대로 라응찬·신상훈·이백순 등 경영진 3인방은 모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신한은행은 서진원 전 신한생명 사장을 새 행장으로 맞이하고 조직 추스리기에 나섰다. ‘서진원 카드’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발탁이었다.
서 행장이 다른 유력 후보들을 따돌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사태와 무관하고 계파색이 옅어 사분오열된 조직을 재결속시키는 데 유리하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서 행장도 취임 직후부터 연일 조직 화합을 강조하고 있다. 신년사에서는 내부에 자리잡고 있는 마음의 벽, 불신의 벽을 허물고 소통과 화합의 에너지로 충만해질 때 비로소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당부했다.
또 “하늘이 내려준 기회도 지형의 이로움만 못하며 지형의 이로움도 사람들의 화합만 못하다”는 맹자의 구절을 인용해 조직원들 간의 결속을 주문했다.
지난 4개월 동안 불안·수치·실망·불신 등의 감정이 팽배했던 조직을 다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서 행장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 행장은 이백순 전 행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2012년 3월까지다.
1951년생으로 환갑을 바라보는 서 행장이 내년 임기가 끝난 후 연임에 성공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분열된 조직을 수습하고 안정을 이루기 위한 단기 구원투수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서 행장이 연임을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차기 행장은 지난해 말 행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들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애석하게도 이들은 직·간접적으로 신한 사태에 연루됐거나, 현 정부 실세와 학연·지연 등으로 묶여 있다. 새로운 분열의 씨앗이 잉태될 수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 노조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이번 사태와 관계가 있는 인사를 경영진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과 맥이 닿아 있다.
오는 3월 주총을 전후로 선임될 신한금융지주 회장 인사도 변수다.
류시열 회장은 취임 당시만 해도 반년 가량 조직을 이끌고 용퇴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어느덧 차기 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의 주장대로 류 회장이 라응찬 전 회장과 가깝고 교감을 하는 사이라면 향후 경영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이번 사태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
신한 사태가 완전히 청산되지 않는 한 외풍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 벌써부터 차기 회장 후보로 외부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신한이 과거의 아픔을 잊고 재도약에 성공하려면 절절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단순히 지배구조를 개선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경영진 3인방 외에도 이번 사태에 연루돼 조직을 위태롭게 한 인사들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서 행장도, 차기 회장도 사태를 미봉하는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곪은 부분은 확실히 도려내야 상처가 아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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