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맺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초대형 계약을 기점으로 시장 리더십 복원에 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가 부진 탈출 신호탄을 쏜 가운데 올 하반기 중 고대역폭메모리(HBM) 추가 납품 성사도 가능해 반도체 세계 1위 도전에 나설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28일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2조7648억원) 규모 파운드리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짓고 있는 반도체 신규 공장에서 해당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머스크 자택에서 공장까지는 차로 30~40분 거리다.
머스크는 이날 X에 "165억 달러라는 숫자는 최소 금액에 불과하다. 실제 생산량은 그보다 몇 배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글을 남기며 삼성전자와 협업하는 데 대해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은 이번 계약을 계기로 '적자 사슬'을 끊고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는 지난해 5조원가량 적자를 봤고 2023년엔 2조5000억원 적자를 낸 바 있다. 올해 2분기에도 2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도 올해 1분기 기준 TSMC 67.6%, 삼성전자 7.7%로 양사 간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그사이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은 점유율을 야금야금 늘리며 턱밑까지 쫓아왔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에서 터진 잭팟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본다. 테슬라와 맺은 계약 기간이 2033년까지 8년 6개월이나 이어져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계약 금액 22조7648억원을 해당 기간으로 나누면 파운드리 매출이 연평균 15% 정도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적으로는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파운드리 분야는 규모의 경제와 수율 경쟁이 핵심이다. 테슬라가 대규모 장기 계약을 맺은 것은 삼성전자 2㎚ 공정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는 메시지다.
삼성전자는 3㎚ 공정에서 부진했지만 2㎚ 들어 품질 개선 등 공정 정상화에 사활을 걸었다. 1㎚대 공정 개발 계획을 미루면서까지 사업 중심을 2㎚ 공정에 집중했다. 삼성전자의 현재 2㎚ 공정 테스트 수율은 6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를 반등시킬 발판을 마련한 만큼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증권가에서는 다음 달 5세대 HBM3E 12단에 대해 엔비디아 인증이 이뤄지고 하반기 공급에 돌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현재 6세대인 HBM4도 8~9월 엔비디아에 샘플을 제공하고 올해 말까지 인증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이 정도 규모의 계약은 삼성전자 첨단 공정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주는 HBM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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